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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 던져진 산은·수은 합병 화두…"언젠가는 해야 하는데"
입력 2019-09-19 15:44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이동걸 산업은행(산은) 회장이 수출입은행(수은)과의 합병 화두를 던지면서 온갖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나오는 말이다. 이 회장이 '사견'임을 전제로 언급한 것이지만 이미 공론화의 장으로 나갈 태세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했던가.
1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의 합병이 또 다시 언급되면서 갑론을박이 뜨겁다.
논란의 포문은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지난 1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열었다. 기자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는데 이 회장은 "기회가 된다면 면밀히 검토해서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기업 구조조정이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산은과 수은의 합병이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이 회장은 "그 논의를 할 때 많이 도와 달라"고도 말했다.

이 회장이 이날 뜬금없이(?) 발표한 합병 화두에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불필요한 논의라며 일축했지만, 이미 합병론은 일파만파다. 이 회장이 사견을 전제로 했지만 합병론이 나온 배경에 여권과 사전 교감설 등 여러 추측도 나온다.
그동안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 중복에 대한 효율성 저하를 비롯해 메가뱅크 논의와 맞물려 4차 산업시대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등의 출현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금융의 역할이 요구돼왔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산은과 수은을 통합하는 그림이다.
앞서 일본에서는 흩어진 정책금융을 한데 모으기 위한 노력이 진행됐다. 효율성 측면에서 업무의 중복을 없애는 등 정책금융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렸다.
산은이 2015년 발간한 '한국 정책금융의 발전과 통합산은의 역할' 보고서를 보면 정책금융의 업무 중복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합 전략도 제시한다. 정책금융의 구조조정 필요성은 비단 최근이 아닌 꾸준히 제기된 이슈인 것이다.
정책금융의 통합은 언제 하느냐의 문제지 언젠가는 해야 할 과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전규열 서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책금융 간 통합은 시점의 문제"라며 상호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언젠가는 산은과 수은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에 반대하는 주장이 거세 실제 공론화와 실행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수은 노조는 합병 언급이 나오기가 무섭게 이동걸 회장을 겨냥해 "무능함을 감추려는 무책임한 합병설 제기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수은에서는 합병 가능성 여부를 떠나 언급 자체에 염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칫 밥그릇 지키기로 내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다.
금융정책의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굳이 산은과 수은의 갈등을 일으켜서 우리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나"라며 "아무 의미 없는 얘기"라고 통합론을 깎아 내렸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정책금융도 비대화됐는데 되레 합병이 공룡조직을 만들 수 있다며 경계를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금융기관장의 낙하산 관행도 통합 반대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치적 결정이 작용할 수 있어서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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