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성 살인' 3건은 DNA 확보…나머지 6건은 여전히 오리무중
입력 2019-09-19 13:39  | 수정 2019-09-26 14:05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경찰이 특정하면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완벽하게 규명될지 주목됩니다.

30여년을 끌어온 이 사건이 한 점 의문 없이 풀리기까지는 몇 가지 넘어야 할 고비가 있습니다.

우선 현재 경찰이 확보한 단서는 용의자 56살 A 씨의 DNA가 모두 10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5, 7, 9차 사건의 3가지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다는 것이 유일합니다. 유일하지만 과학수사를 통해 얻은 것이어서 강력합니다.

특히 A 씨의 DNA가 나온 3차례 사건의 증거물은 피해여성의 속옷 등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이들 사건은 A 씨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화성연쇄살인 사건으로 정의된 10차례의 사건으로 확정해 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앞서 거론된 3가지 사건과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살인사건을 제외하면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사건은 6건이 남습니다.

이들 6건의 사건과 관련해 A 씨가 관련돼 있음을 입증할만한 명백한 단서는 경찰의 손안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A 씨는 DNA 결과가 나온 직후 이뤄진 경찰의 1차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A 씨는 1994년 1월 청주에서 자신의 집에 놀러 온 당시 20살 처제 이 모 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한 혐의로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입니다.

이에 경찰은 최근 교도소를 찾아가 A 씨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나머지 사건들의 증거물 분석을 통해 A 씨와의 연관성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증거물들을 받아 DNA를 검출하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앞서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A 씨의 DNA가 나온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늘(19일) 경기남부청 반기수 2부장도 브리핑에서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에 대해서도 DNA 분석이 진행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사건 발생 30여년이 지난 지금 DNA 외에 다른 단서가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자칫하면 '반쪽짜리 진범'을 찾는데 그칠 수도 있는 셈입니다.


결국 A 씨의 자백을 받아내는 게 이 사건을 전체적인 틀에서 해결하는데 가장 큰 열쇠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A 씨가 화성사건의 진범이 자신이라고 밝히며 진범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사실까지 진술한다면 설령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에서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더라도 경찰이 A 씨를 화성사건의 진범으로 특정하는 데 힘이 실리게 됩니다.

이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돼 A 씨를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과 별개로 현재 형사소송법의 자백 보강의 법칙도 충족하게 됩니다.

자백보강법칙은 자백 이외에 다른 보강증거가 없으면 자백한 피고인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A 씨의 자백에 더해 3차례 사건에서 나온 A 씨의 DNA와 이들 사건의 범행 수법이 나머지 6차례 사건들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를 보태면 자백보강법칙을 충족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경찰도 A 씨의 자백을 끌어내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자백과 상관없이 A 씨가 진범이라는 것을 입증할 단서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A 씨의 자백을 받아내는 게 1차 목표인 것은 맞다"고 말했습니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은 "1차 조사는 경찰과 용의자 간의 라포(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이뤄졌다"며 "조사라는 게 1회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각각의 많은 범죄사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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