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공론화 과정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참석했다. 국회의원 토론회에 행정기관의 장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민 청장은 "사회적 환경 변화 속에 오랜 기간 형성된 수사기관의 공보와 언론의 보도 관행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개선될 수 없는 문제"라며 "공론화의 장을 마련해 논의되는 내용을 국민에게 알려 다수가 공감하는 기준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장이 피의사실 공표 문제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경찰 단계에서 수사 정보 공개를 제한해야한다는 외부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수사 관련 정보 공개가 피의사실 공표죄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2014년부터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울산지검이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입건하면서 수사 정보 공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경찰청은 법무부에 공보 규칙 개정을 위해 협의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2차례 보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계기로 학계, 법조계 등이 나서면서 경찰도 이를 활용해 의견 개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조 장관 취임 이후 자체적으로 공보준칙 개정 움직임을 보이면서 경찰의 공론화 절차 참여는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이날 토론에서 경찰은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수사 정보 공개 대상과 공보책임자를 제한하고 공개 범위를 최소한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피의자에게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여한 윤승영 경찰청 수사기획과장은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수사기관, 언론 등 모두가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특히 법률 소관부처의 주도적이고 책임감 있는 개선 노력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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