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2012년 6월 7일부터 구성사업자인 감정평가법인 등에게 '문서탁상자문' 제공을 일률적으로 금지시키고 강제한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동시에 과징금 부과, 형사고발 조치를 당했다. 문서탁상자문이란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현장조사 없이 전례(前例)나 인근시세 등을 토대로 토지 등의 개략적인 추정가액을 간략히 문서를 통해 제공하는 것을 지칭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구성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용역서비스 제공여부를 사업자단체가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동시에 준수를 강제함으로써 구성사업자들 간 경쟁을 제한해 공정거래법에 위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시정명령으로는 행위중지명령, 행위금지명령, 법 위반사실에 대한 구성사업자 통지명령, 홈페이지 공표명령이 포함됐고, 과징금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액인 5억원을 부과하고 형사고발도 병행했다.
앞서 공정위는 2008년 은행 등이 근저당권 설정 비용 등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시정하는 조치를 하고 2011년 이에 대해 제기된 행정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이에 근저당권 설정을 위한 감정평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비용절감 목적으로 2011년부터 자체 담보평가부서를 신설하자 감정평가업계가 반발했다.
감정평가업계는 은행 등이 감정평가사에게 문서탁상자문을 통해 관련 정보를 받고는 정작 정식 업무 위탁은 하지 않지만, 주요 고객인 은행 등의 요구를 무턱대고 거부할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감정평가 시장에서 금융기관의 담보평가가 약 40% 비율(금액기준)을 차지했으며, 금융기관과의 거래관계는 13개 대형감정평가법인 위주로 형성되어 있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2012년 6월부터 회원들에게 문서탁상자문을 금지하고 대충의 감정평가 추정가격만 알려주는 구두탁상자문만 허용했다. 이어 문서탁상자문 금지 지침을 어긴 회원은 회원자격 정지에 제명, 국토교통부 징계 건의까지 가능하도록 징계규정을 강화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런 감평협회의 행위가 감정평가 시장에서 문서탁상자문 용역 제공을 부당하게 금지해 구성사업자들 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제한한 담합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중소형감정평가법인의 경우 차별화된 탁상자문 제공을 통해 대형감정평가법인이 장악하고 있는 금융기관과의 거래관계에서 규모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경쟁기회를 상실했다고 봤다.
또한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정식 감정평가 의뢰 전에 저렴한 비용으로 토지 등에 대한 개략적인 추정가액을 알아보고자 하는 기업과 소비자의 선택권도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감평협회의 본 건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 등 엄중하게 제재함으로써, 향후 사업자단체의 경쟁제한 행위가 억제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감정평가시장에서 용역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한 구성사업자들간 경쟁이 활성화됨은 물론, 금융기관 등 용역서비스 수요자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용역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어 선택권이 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