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LG화학과 이차전지 사업의 영업비밀·특허 관련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본사를 17일 압수수색한 가운데, 두 회사는 전날 최고경영자(CEO) 회동이 이뤄진 이튿날에도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의 SK이노베이션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소하고, 5월 초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한 바 있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LG화학 측은 "경찰에서 SK이노베이션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그에 대해 검찰 및 법원에서도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LG화학은 자사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전직자가 ▲이직 과정의 면접을 준비하면서 LG화학 시스템에서 수백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하고 다운로드·프린트 한 점 ▲이직 전 사내 메신저를 통해 다른 직원에게 "(SK이노베이션의) 선행개발에 가서 여기(LG화학) 적용된 거 소개시켜주면서 2~3년 꿀 빨다가('편하게 지내다가'라는 말의 은어)"라고 말하며 동반이직을 권유한 점 ▲이직한 뒤 LG화학 직원에게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하는 거 다 따라 하려고 하는데"라고 말한 점 ▲지속적으로 LG화학의 구체적인 기술 내용에 대해 질문을 시도한 점 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출신 지원자들에 한해서만 SK그룹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주말에 면접을 진행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 측의 지원자가 워낙 많았으며 빼오기 채용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공정한 기회 제공을 위해 100% 공개채용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도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으로부터 일부 경력직을 채용한 사실이기에 유감이라며 향후라도 배터리 전문인력의 공동 육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과거 LG화학이 SK그룹 측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 특허 관련 소송의 결과로 SK그룹의 분리막 기술을 외국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됐고, LG화학도 외국기업으로부터 분리막을 구매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