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야당 투사'로 변신했다. 황대표는 1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과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을 외치며 삭발을 감행했다. 지난 10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포문을 연 '조국 임명 철회' 삭발 퍼포먼스는 11일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의 동참으로 이어졌고 황대표까지 삭발 릴레이에 뛰어들면서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제1야당 대표가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기위해 공개적으로 삭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말 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정치에 입문한 황대표는 장외투쟁을 이끌며 거리의 투사로 나서더니 정치 입문 8개월만에 머리까지 밀며 전사가됐다. 일종의 자해에 해당하는 '삭발'이라는 충격 요법으로 공세수위를 최고로 끌어올리고 보수 대표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셈이다. 황대표는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와라. 내려와서 검찰수사를 받으라"며 '조국 반대'에 화력을 집중했다.
황대표의 삭발이 '반 조국' 세력을 결집시키고 한국당의 투쟁 동력에 불을 지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투쟁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은 맞다. 황대표의 유약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전사의 결기를 보여주려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한 듯하다. 하지만 삭발, 단식 등 자기학대라는 구시대적 저항도구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을 놓고 참신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980년대식 투쟁방식을 21세기에 리바이벌 하는 것이 식상하다며 여권은 냉소를 보내고 있다. 공정성 훼손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대리 표출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벤트가 끝난후 얻는 실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당내 비판도 적지않다. 특히 3040세대들이 자학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인들의 행위에 공감할 지 의문이다. 더이상 머리 미는 걸로, 굶는 걸로 정치사를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황대표의 삭발이 실질적 성과를 얻기위해서는 삭발 이후 보여줄 참신한 카드가 있어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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