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생산시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드론에 피격돼 하루 570만배럴의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는 소식에 주식 시장에서 관련 업종의 희비가 엇갈렸다. 정유·조선 업종은 올랐고, 화학 업종은 혼조세였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대비 4500원(2.67%) 오른 17만3000원에, S-Oil은 2300원(2.31%) 상승한 10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한국석유는 3만2500원(29.68%) 오른 14만2000원으로, 중앙에너비스는 1950원(30.00%) 상승한 8450원으로, 흥구석유는 1500원(29.82%) 오른 6530원으로 각각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2.46%↑), 대우조선해양(1.82%↑), 삼성중공업(3.56%↑) 등 조선업종도 올랐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국제유가 상승의 수혜를 받는 업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석유장관이 생산 차질 전망치로 내놓은 일산 570만배럴은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5%에 해당한다. 이에 이날 싱가포르 선물 시장에서 다음달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에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넘게 치솟았다.
정유업종은 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으로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재고평가이익은 유가가 쌀 때 사놓은 원유의 가치가 오르면서 취하게 되는 장부상 이익이다. 다만 정유업체의 실제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과 운송 비용 등을 뺀 수익성 지표)에는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이라고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했다.
조선업종은 국제유가 상승이 수주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로 오르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지속되면 지지부진한 해양플랜트 발주 시장의 회복도 기대해볼 만하다. 또 국제유가에 연동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까지 오르면 한국 조선업계가 시장을 휩쓸고 있는 LNG 관련 선박의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업종은 혼조세다. 전통적인 납사분해설비(NCC) 위주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대한유화(1.87%↓)는 약세다. NCC를 운영하는 화학기업은 원유 정제 부산물인 납사를 분해해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기에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 LG화학은 장 초반 1.70% 하락한 31만8500원까지 빠졌지만, 상승 전환해 32만4500원으로 마감됐다.
반면 국제유가가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에탄분해설비(ECC)를 보유한 롯데케미칼(2.46%↑)은 상승했다. 롯데케미칼이 베네수엘라, 미국 등에 보유하고 있는 ECC는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원재료로 사용하기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는 수준에서는 NCC 대비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화케미칼(2.21%↑)은 유가 상승으로 대체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에 태양광 사업이 부각되며 오름세다.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사우디와 미국이 비축유를 시장에 공급해 단기 충격을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또 사우디는 오는 16일(현지시간)까지 이번 피습으로 줄어든 산유량의 3분의1을 복구할 계획을 세웠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전했다.
반면 양형모 연구원은 "이번과 같은 공격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면 시장은 리스크에 대한 가격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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