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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7조원 베팅`…미래에셋, 美호텔 15곳 인수
입력 2019-09-11 16:30  | 수정 2019-09-11 20:04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국 안방보험에서 미국 5성급 호텔 15곳을 58억달러(약 7조원)에 한꺼번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자본이 해외 대체투자 부문을 인수한 것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11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고유 자금과 대출 등으로 7조원을 조달해 미국 주요 거점 호텔 15곳(총 6912개 객실)을 인수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JW매리엇 에식스하우스 호텔, 샌프란스시코 인근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리조트와 웨스틴 호텔 등이다.
이 15개 호텔은 안방보험이 2016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서 매입해 검증된 우량자산으로 평가된다. 안방보험이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올해 해외 자산 매각을 시작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브룩필드, 싱가포르투자청(GIC), 블랙스톤 등 유수의 글로벌 투자자들과 벌인 경쟁에서 인수계약을 따냈다.
지역별로는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호텔이 6개로 가장 많고 그 외 시카고 2곳,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2곳 등 주요 오피스 중심지와 관광지에 고루 분포돼 있다. 브랜드 역시 포시즌스, 인터콘티넨털, 페어몬트 등 고급 브랜드로 분산돼 있다.
이번 계약은 호텔 투자에 대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사진)의 승부수가 다시 한번 통한 사례이기도 하다.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투자전략을 이끄는 박 회장은 과거부터 관광업 성장으로 호텔 투자 수익률이 다른 부동산 자산에 비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중국인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주요 거점 호텔이 임대료는 물론 평가 차익까지 상승할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호텔 투자를 투어리즘 성장성과 일드(임대료) 안정성을 동시에 얻는 대체투자라고 본 것이다.
미래에셋그룹은 2006년 중국 푸둥 핵심 지구에 위치한 상하이 미래에셋타워를 시작으로 글로벌 톱 호텔 브랜드인 포시즌스(시드니·한국)와 페어몬트 오키드(하와이·샌프란시스코)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까지 합하면 국내 최초로 세계 초우량 호텔 객실 1만704개를 확보하게 된다.

박 회장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지속적 수익을 창출하는 우량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며 "높은 수익만 좇는 익숙한 투자보다는 불편하고 힘든 의사결정이 되더라도 글로벌 분산투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저금리·저성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선호할 것으로 보고 일찍이 선제적으로 대체투자 분야에 투자했다. 2004년 국내 최초 부동산 펀드를 선보인 이후 포시즌스와 페어몬트 오키드 등 고급 브랜드 호텔을 인수했다.
올해 6월에는 독일 프라임 오피스 타우누스안라게(Taunusanlage 8) 빌딩을 25%가 넘는 내부수익률(IRR)을 거두며 매각해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투자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이번 인수계약은 미래에셋이 2003년 처음 진출한 이후 꾸준하게 해외 시장에 도전해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미래에셋의 투자 DNA로 해외 우량자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국내외 투자자에게 투자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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