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국 장관, 청년단체와 공식 대담…"합법 여부 떠나 실망 드려"
입력 2019-09-11 16:25  | 수정 2019-09-18 17:05
조국 법무부 장관,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과 비공개 대담 / 사진=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제공

조국 법무부 장관이 딸의 입시 의혹 등에 대해 비난 여론이 많았던 청년층을 달래기 위해 오늘(11일) 공식 대담에 나섰습니다. 그제(9일) 취임한 지 이틀 만입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과 1시간가량 비공개 대담을 했습니다.

대담에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사망자 김 모 군의 친구들, 특성화고 졸업생, 지방4년제 대학 출신 무기계약직 치료사, 청년 건설노동자, 코레일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등 1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청년전태일은 이날 '공정·희망·정의'를 뜻하는 사다리 3개를 상징물로 들고 가 조 장관을 만났습니다. 조 장관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도 모아 대담 때 법무부 측에 함께 전달했습니다.


청년전태일은 대담 직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에서 조명을 받지 못했던 사각지대 청년들의 현실, 자녀 입시 논란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생각·대안을 가감 없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청년전태일은 지난달 29일 당시 조 후보자에게 이틀 뒤인 31일 공개 대담을 하자고 요구했으나 조 후보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는 하루 전인 어제(10일) 오전 대담 개최를 역제안했고, 청년전태일이 받아들여 성사됐습니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부모의 자산과 소득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가 달라지고,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다르며, 태어날 때부터 삶이 결정되는 출발선이 다른 이 사회에 청년들은 분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 장관이 이 만남을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며 "조 장관이 스스로 약속한 '젊은 세대들이 저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지키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조 장관이 청년들의 삶 10분의 1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이해해 앞으로 청년들이 딛고 올라갈 공정한 사다리를 만드는 데 절박한 심정으로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저희 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혜택받은 층에 속한다. (논란에 대해) 합법, 불법을 떠나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청년들의 실망이나 분노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만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며 "청년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담에서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회장은 "부정과 비리가 없어도 현재 대학입시는 공정한 룰이 아니다"라며 "부모가 가진 사회적 지위와 재산 때문에 더 좋은 기회와 스펙을 가져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는 것 자체가 바로 특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권의 대물림인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하고,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른바 '고졸 낙인'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세상"이라며 "진정한 변화는 고졸에 대한 사회적 차별 해소와 99%의 청년을 좌절시키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선경 청년민중당 대표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언급하며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을 구성해 매년 전수조사를 진행하는데, 채용비리 문제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공공기관에서조차 이를 뿌리뽑지 못하면서 공정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 제주 특성화고 실습생 사망사건, 태안화력 김용균 씨 사망사건 등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가 2022년까지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줄지 않고 있다"며 "딸을 사랑하는 만큼 공직자로서 이 청년들을 사랑할 생각이 있는지, 산업 현장에서 청년들이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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