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9월 5일 뉴스초점-임금 단순비교, 갈등만 키울라
입력 2019-09-05 20:19  | 수정 2019-09-05 20:43
얼마나 버십니까.
대부분 궁금해하지만 웬만큼 친한 사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금기 아닌 금기로 여겨졌던 질문이죠. 그런데 이제 이 금기가 깨질 것 같습니다.
정부가, 이르면 올 12월부터 업종별 임금 분포 현황을 공개하기로 했거든요.

기업의 규모와 업종을 구분해 노동자의 성별과 나이, 학력, 근속연수 등등 기준에 따라 임금의 평균값과 중간값 등을 공표하는 겁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1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비정규직의 1.5배였고, 300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임금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1.8배. 남녀 간 임금격차 역시 지난해 기준 31.2%로, 여전히 OECD 최하위권입니다.

임금 분포 공시제가 도입되면,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기업은 노동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강해질 것이고, 반대로 높은 곳은 인상 요구를 자제해 자연스레 임금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건데,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고, 우리도 해볼 만한 제도이긴 합니다만, 임금엔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게 참 많지요. 그 중 하나가 '노동 생산성'

노동자 1명이 같은 업종에서 같은 시간 일을 해도 그 효과가 얼마나 나타나는지는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고 다 공부를 했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이런 제반 사항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채 받는 금액만 공개한다면 기업과 기업, 기업과 노동자, 혹은 성별 간 갈등만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임금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은 2년차를 맞은 지금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자료 제출을 기업의 재량에 맡기다 보니, 제출을 미루거나 엉터리 보고서를 제출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등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제도를 제대로, 꼼꼼하게 설계하지 못한다면 원래의 취지와는 반대로 사회 갈등만 유발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좋은 취지의 제도라면 좋은 결과가 나와야겠지요. 지금부터라도 보다 꼼꼼히 준비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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