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애인단체 끈질긴 `엘리베이터 투쟁`…광화문역 새롭게 거듭나다
입력 2019-09-04 16:48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의 `엘리베이터 투쟁`의 결과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5호선 광화문역에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지난 3일 완공됐다. 광화문역은 만들어진 지 23년 만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완공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는 2001년 오이도역에서 일어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를 계기로 확산했다. 당시 설치한 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오이도역의 수직형 리프트가 5m 아래로 추락하면서 70대 여성이 사망했다.
2014년 10월부터 장애인단체들은 광화문을 중심으로 '엘리베이터 투쟁'을 위해 선로로 내려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 장차연) 측은 "장애인 3대 악법(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수용 시설 정책) 폐지를 요구하고자 농성을 위해 광화문을 이용해야 했다"라며 "광화문 역사의 승강장이 매우 깊어 오랜시간 위험한 리프트를 타야 하는 현실을 짚으며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울 장차연과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시민모임'(광엘모) 등 시민단체들은 '출퇴근 리프트 타기 투쟁', 1인 시위 등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서울시와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현 서울교통공사), 서울장차연이 민관합의 TF팀을 구성해 약 1년간 회의를 했다.

서울시는 세계장애인 날에 맞춰 2015년 12월 3일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권 선언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광화문역 포함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1동선 미확보 역사 37개에 대해 1동선 확보를 약속한 것이다. 1동선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대합실을 거쳐 지상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계다.
발표에 따라 서울시는 2017년까지 광화문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계획은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 한 관계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로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통로 유동인구 혼잡을 막기 위해 설계가 변경돼 지연됐다"고 말했다. 공사가 지연되자 장애인들은 또다시 투쟁에 나섰고 결국 광화문역 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해 10개월 만에 완공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1∼8호선 역사(총 277곳) 중 24곳에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0년까지 청량리역, 용답역 등 8개 역사에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설치가 힘든 나머지 16곳은 대안을 찾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윤애린 서울 장차연 대표는 "완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느리게나마 장애인 이동권 권리가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라면서 "유독 장애인 이동권에 관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약속을 제대로 지켜나가는지 지켜보겠다. 공사가 지지부진한다면 다른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유정화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