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상한 청평호 맹지 투자…수로도 도로다?
입력 2019-09-04 10:07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사룡리 일대.
이 지역은 청평호의 물가·강가를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재벌 총수와 대기업 CEO들의 별장이 조성돼 왔다.
2000년대 이후 최근 들어서는 물가(강가)가 아니더라도 가평군 설악면의 산을 깎아 별장이나 펜션, 전원주택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지역이다.
9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설악면 사룡리의 '2H TOWN'과 인접한 사룡리 587-9번지(모 신탁사 소유)도 '청평호의 청담동'같은 최고의 별장 부지로 꼽힌다고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말한다.

시행사인 더블에이치원(주)는 2016년 9월 가평군 설악면 사룡리 587-13번지와 588-2번지 땅을 매입한뒤 5층짜리 '2H TOWN' 건축 인허가(2017년11월)를 받았다.
바로 옆인 사룡리 587-9번지 땅도 매수하기위해 원래 토지주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 땅은 더블에이치원 대신에 2017년5월말 모 자산신탁사에 팔리고 말았다.
이 토지(496㎡)와 건물(72㎡)은 3억1000만원(신고가격)에 팔렸다.
신탁사측 관계자는 매입 이유에 대해 "회사 임직원의 휴양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개인 별장으로 가끔 사용중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신탁사가 사들인 587-9번지의 이 땅이 도로가 없는 맹지라는 점이다.
이 땅을 둘러싸고 있는 '587-13번지와 588-2번지'를 통하지 않으면 접근할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신탁사측은 "도로가 없어도 청평호의 수로를 이용하면 된다. 보트를 타고 들어갈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얼마든지 수로를 통해 자체 개발이나 개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 자금으로 진입로가 없는 맹지를 매입해 회사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블에이치원(주) 관계자는 "당초에 우리가 587-9번지를 추가 매입해 2H 타운 사업의 단지와 편의 시설 등으로 계획했으나, 토지주와 협의중에 신탁사에 팔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후 가평군으로부터 2H 타운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개시하면서부터 신탁사측과 민원이 시작됐다.
더블에이치원(주)은 몇차례 매매 요구를 했지만, 신탁사측은 "도로에서 587-9번지까지 도로를 연장해달라. 587-9번지의출입구를 확보해 달라. 도로토지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계속해서 요구했다고 한다.
더블에이치원(주)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별장 부지라 하더라도 도로 접근이 불가능한 587-9번지는 단독개발로는 어떤 사업도 진행하지 못하는 불모지인 것을 알면서도 신탁사가 사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탁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적도에 도로로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현황도로가 있었는데 옆 부지가 신규 공사를 하면서 도로를 내어 달라고 민원을 내긴 했었다"며 "현재 맹지나 다름없는 땅이 된 상태이긴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로 확보를 위한 대책으로 청평호 수로 이용도 고려했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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