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공무원들 휴대폰 탈탈 턴 조국, 그의 휴대폰은…
입력 2019-09-04 09:39  | 수정 2019-09-04 14:1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 = 이승환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딸의 장학금·논문의혹에 "몰랐다. 연락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점검해보려면 그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통화기록을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나는 검찰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고 실제로 그의 휴대폰과 자택은 검찰이 아직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있다.
조 후보자의 해명간담회 이후 검찰이 또다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일에는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대학 연구실 등지를 추가로 압수수색 했다. 조 후보자 딸을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 논란을 야기한 단국대 장영표 교수는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수사망은 점점 좁혀오고 오늘도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는데 "나는 수사대상이 아니다. 모른다. 연락한 적 없다"며 팔짱을 끼고 있어도 되는지 묻게된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시절 "갖고오라"는 말 한마디로 공무원들의 휴대폰을 제출받아 탈탈 털었다. "못마땅한 뉴스를 언론에 흘린 공무원이 누구인지 색출하겠다"며 외교부 간부 10여명의 휴대전화를 한꺼번에 수거해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와 행정부가 공무원 휴대전화를 수거해 조사한 사례가 최소 15차례에 이른다고 한다. 외교부 뿐만아니라 해경, 교육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도 '영혼이 탈탈 털리는' 휴대폰 감찰을 당했다.
언론에 불쾌한 기사가 났다고 해서 공무원 휴대폰을 영장도 없이 무차별 수거해 감찰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디지털시대에 고문이나 다름없는 인권침해다. 그런데도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당사자가 동의한 임의제출"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휴대폰을 달라는데 "나는 못준다"며 버틸 수 있는 공무원이 있으리라고 보는지 어이없다. 당시 청와대는 휴대폰을 탈탈 털고서도 '언론 정보 유출자'를 찾지 못하자 휴대폰에서 찾아낸 사생활 문제를 빌미 삼아 엉뚱한 공무원을 징계하기도 했다. 아마 그때 어느 공무원이든 "나는 못준다"며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으면 바로 그날 좌천시켰을 것이다.
'조국을 잡는 것은 조국'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과거 말이나 행동이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와 조 후보자의 발등을 찍고 있다는 뜻이다. 그가 공무원들의 휴대폰을 탈탈 털었던 기준을 적용한다면 조 후보자도 그냥 휴대폰을 움켜쥐고 있을 처지는 못된다. 그의 휴대폰 조사를 원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내 휴대폰을 조사해 달라. 내가 딸의 장학금이나 논문과 관련해서 청탁전화를 했는지 안했는지 밝혀달라"며 스스로 검찰에 휴대폰을 제출할 용의는 없는지 묻고싶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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