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위험자산 탈출"…美주식도 팔아치운다
입력 2019-09-03 17:38  | 수정 2019-09-03 19:44
글로벌 경기 침체와 증시 불황 우려에 미국 주식 직구 행렬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미국 증시에 대한 신뢰로 직구 규모를 키우던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순매도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월 국내투자자 해외주식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 중 순매수 종목은 아마존과 아이셰어 7~10년 국채 ETF, 나스닥 인버스 ETF, 공포지수(VIX) ETF 등이다. 나스닥 인버스 ETF와 VIX ETF는 주식시장 하락과 주식시장 변동성 상승에 베팅하는 ETF다. 해외주식에서도 주식 시장 상승을 전망하는 매수세가 아마존 한 종목을 제외하고는 없었던 셈이다.
그동안 해외직구족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던 시장 대표주도 모두 순매도로 돌아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달 1148만달러(약 140억원)어치 순매도됐고 디즈니는 1113만달러, 구글은 871만달러어치 순매도였다. 이 세 종목은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성장성이나 OTT 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을 기록하며 직구족의 선호 종목이 됐다. 그러나 미국 시장이 장단기 금리 역전을 계기로 S&P500지수가 2800선이 위협받을 정도가 되자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아마존의 경우에는 2000달러까지 치솟던 주가가 8월 들어 1800달러 아래로 내려오자 저가 매수 수요가 들어오며 순매수세를 나타낸 모습이다. 이 같은 매도세는 성장주에 베팅했던 7월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7월 해외주식 거래를 보면 아마존과 아이셰어 회사채 ETF를 제외하고는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 모두 매수액이 큰 폭으로 매도액을 앞섰다. 아이셰어 이머징마켓 채권 ETF가 5606만달러 순매수된 것을 비롯해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순매수 4166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가 3341만달러를 기록했다. 그 외 글로벌X 클라우드 ETF, 테슬라 등 주가 변동성이 큰 ETF들도 순매수를 기록했다. 재무제표상의 수치로 보면 매력이 없지만 성장성이 눈에 띄는 기업들과 ETF가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8월 초 기대를 걸었던 미·중 무역분쟁 협상 타결이 지지부진하고 미국 장단기 채권 수익률 역전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대거 매도에 나섰다.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의 거래량을 합산하면 7월에는 순매수가 1억4826만달러였지만 8월에는 순매도가 4664만달러였다.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컨설팅본부장은 "미국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고 기술주들의 주가나 실적이 예전 같지 않자 투자자들은 핀테크나 이커머스 종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전통의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보다는 비자, 마스터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확보된 금융주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달 아이셰어 7~10년 국채 ETF가 1221만달러 순매수였지만 초장기채를 담은 아이셰어 20년 국채 ETF가 968만달러 순매도를 기록한 것이다. 초장기채는 긴 듀레이션(채권 현금 흐름의 가중 평균 만기) 때문에 이자율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 변화가 크다. 흔히 '주식 같은 채권'이라고 평가될 정도다. 안전자산이라는 채권 투자에서도 만기가 긴 자산은 내다 팔기 시작한 것이다. 채권이라도 리스크가 큰 채권은 비중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금 미국 국채 금리가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수준까지 떨어져 있어 추가 시장금리 하락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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