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한제의 역설…일반분양 적은 단지 `순항`
입력 2019-09-03 17:16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줄줄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일부 단지는 무난하게 순항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일반분양가가 기대보다 크게 낮아지거나 심지어 조합원 분양가보다 더 싸지는 사례까지 생기는데 이 경우 사업의 수익성이 대폭 악화되는 반면 일반분양이 적은 단지는 별 변수가 없어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둔촌주공, 원베일리 등 기존 일반분양 물량이 많이 예정된 단지들도 조합원 평형 확장이나 '1+1 분양' 늘리기 등을 통해 일반분양 가구 수를 최대한 줄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만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철거 완료 후 문화재 발굴 이슈 등으로 수개월간 착공이 지연됐던 아현2구역(단독주택 재건축·조감도)이 지난달 말 착공허가를 받아 최근 착공에 들어갔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철거 과정에서 집터 및 유골 등이 발견됐다"며 "문화재 발굴 지역을 제외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조건으로 착공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아현2구역은 마포구 아현동 662 일대 노후 단독주택을 재건축해 지하 5층~지상 25층 총 1419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시공은 SK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맡았으며 2023년 입주가 목표다.
아현2구역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데는 다른 구역에 비해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덕이 크다는 평가다. 아현2구역은 총 1419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이 50가구에 불과해 분양가상한제 영향이 비교적 작은 구역으로 꼽힌다. 일반분양이 적은 만큼 조합원 입주권은 희소성이 높아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아현2구역 한 조합원은 "평소 같으면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게 단점으로 작용했을 터이지만 분양가상한제가 발표되면서 오히려 사업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마포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아현동 699 일대 아현1구역 재개발도 현재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구역 역시 총 3327가구 중 일반분양이 491가구 수준으로 조합원 물량이 대부분이라 분양가상한제 여파가 작은 편이다.
얼마 전 청약경쟁률 570대1을 기록하며 완판된 반포센트레빌 역시 총 가구 수 108가구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이 10가구에 불과하다. 하반기 분양하는 단지 중에선 청담삼익롯데캐슬이 총 1230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이 152가구 규모로 비교적 적은 편에 속한다.
둔촌주공, 원베일리 등 기존 일반분양 물량이 많았던 재건축 단지들 역시 분양가상한제가 발표되면서 조합원 대상 1+1 분양을 늘리는 방식으로 최대한 일반분양을 줄이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일반분양 물량 없이 아예 1대1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사업 초기 단지들은 대형 평형을 늘리거나 1+1 분양을 늘려 일반분양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반분양 공급이 크게 줄어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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