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日 수출규제 대응·과기계 반발에…국방부, 이공계 병특 감축계획 완화
입력 2019-09-03 13:25  | 수정 2019-09-03 19:08
지난달 2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소속 중소·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관계자들이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이공계 병역특례) 정원 축소에 반대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국방부 측에 제출한 뒤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국방부가 당초 50% 이상 감축하려고 했던 전문연구요원(이공계 병역특례) 정원 감축계획을 한층 완화하기로 관계부처와 잠정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뒷받침할 중소·중견기업 육성과 국가 연구개발(R&D) 연구인력 확보 필요성이 대두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3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계부처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박사과정 정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기업·정부출연연구기관(석사) 정원 감소폭도 당초 계획안보다 줄이는 방향으로 잠정 합의했다"며 "부처 간 입장 차이를 상당히 많이 좁혔고 현재도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연구요원은 이공계 석사학위를 받은 전문 인력의 연구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군 복무를 대신해 대학원과 출연연, 기업 부설 연구소 등 연구기관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복무 제도다. 지난 7월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감축계획 방안'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병역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근무하는 박사과정 전문연은 기존 1000명에서 700명으로, 기업·출연연에서 근무하는 석사 전문연은 1500명에서 500명으로 각각 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후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강행 등 수출규제 심화, 과기계·산업계 반발 등 대내외적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서 현재 국방부는 박사과정 전문연 정원 1000명은 종전대로 유지하고, 3분의 1 이상 줄이려 했던 석사 전문연 정원도 절반 이상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관계부처와 세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당초 7월에서 지난달 말로 늦춰졌던 전문연구요원 감축계획 확정안 발표는 부처 간 추가 협의를 위해 10월 초경으로 다시 연기됐다.

이 같은 국방부의 전문연 감축 완화 방침에 그간 인재 확보 어려움과 연구경력 단절 등을 호소했던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한 시름 덜게 됐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박사과정 전문연이라도 인원을 유지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에선 박사과정을 밟는 23~25세 젊은 연구자들이 한창 활발하게 연구를 하는데 국내에선 군 복무로 연구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물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대를 훌쩍 넘어서게 되는 게 현실"이라며 "국가 R&D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군 복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소·중견기업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인력은 석사 전문연이라는 점에서 산업계는 여전히 정원 축소 철회 또는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중견기업으로 유입되는 전문인력의 77%는 전문연"이라며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문연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전문연구요원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기본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긴급 현안 점검을 위해 경기도 김포시 소재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업 관계자들이 이공계 병역특례 확대를 요구한 데 대해 "병역특례의 경우 병역자원 감소 때문에 전체적으로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가급적 중소기업 쪽에 많이 배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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