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발표 이후 주택사업경기가 갈수록 추락 중이다.
3일 주택산업연구원은 9월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가 61.7포인트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나쁜 수치다. HBSI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매월 조사, 공급자 입장에서 주택사업경기를 어떻게 보는지를 지수화한 것이다. 100이 넘으면 주택경기가 좋고, 그렇지 않으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원 측은 "9월 HBSI 전망치가 전월대비 6.5포인트나 하락, 2개월째 60선을 횡보하고 있다"면서 "가을 주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주택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 등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다가, 최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예고로 주택사업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면서 "서울시장마저 60선을 기록, 주택사업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버티는 힘이 강했던 서울 주택시장마저 급격하게 침체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9월 전망치는 62.9로 전월(8월) 전망치 85.1과 비교하면 22.2포인트 급락했다. 연구원이 2017년 이 조사를 시작한 후 서울의 HBSI 전망지수가 60대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5번째다. 모두 규제로 인한 침체였는데, 2016년 11.3 부동산대책 발표 후인 2016년 12월 51.9와 2017년 1월 66.2, 그리고 2017년 8.2 부동산 대책 후인 2017년 9월 59.7, 작년 9.13 부동산대책 발표 영향으로 인한 2019년 9월 63.0이었다. 지수상으로 보면 이번 분양가상한제가 주택사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8.2 대책때보다는 약하지만 작년 9.13때보다도 오히려 크다고 해석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8월 실적치도 나빴다. 전국적으로는 8월 실적치가 67.0을 기록해 전월대비 6.2포인트 하락했고, 서울(61.1)과 대구(67.6)마저 60대선에 그쳤다. 그나마 광주(74.0), 세종(86.9), 대전(88.0) 등이 양호한 성적을 냈으나 이 역시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산(47.3), 부산(59.2), 충남(57.1), 강원(53.3) 등 지방의 주택사업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인 것으로 숫자가 나왔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정밀조준한 재건축은 요인별 HBSI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 9월 재건축 HBSI 수주전망은 79.7로 전월(86.2) 대비 6.5포인트나 빠졌고, 올들어 처음으로 70대선으로 떨어졌다. 연구원 측은 "서울시의 경우 일몰제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예고 및 재건축 등 사업장에 대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점을 관리처분인가 이후에서 최초 입주가모집공고 시점으로 소급적용함에 따라 당분간 사업추진 리스크 및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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