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길 잃은 저축銀매각…"대주주 요건 너무 엄격"
입력 2019-09-01 17:10  | 수정 2019-09-01 20:15
매물로 등장한 5곳의 저축은행들이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탓에 좀처럼 매각이 성사되는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다. 경기가 둔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방 저축은행들이 추가로 매몰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위한 '퇴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 소유인 스마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스마트투자파트너스는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을 아직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 3월 심사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금융당국과의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대원저축은행을 인수하려던 발광다이오드(LED) 업체 씨티젠은 지난달 9일 인수 의사를 접기도 했다. 씨티젠 역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을 잡혔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씨티젠이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고 심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업계 10위권인 OSB저축은행 대주주인 일본 오릭스코퍼레이션은 지난달 26일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매각 계획을 아예 철회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장애 요인으로 '같은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3곳 이상 소유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꼽고 있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막혀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규정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 규정에 대한 전향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으로 제조업 경기 악화 등으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 매물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에 대한 규제로 인해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시장 또한 안정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역 영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지방 저축은행은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다. 그나마 영업망을 넓히려는 서울·수도권 저축은행 정도가 이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대주주 규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기 위해 '우회 인수'를 선택하는 곳도 나왔다. 앞서 대원저축은행 인수를 포기한 씨티젠은 삼보저축은행 인수에는 성공했다. 씨티젠은 삼보저축은행을 지배하는 태일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당국 심사를 피하기도 했다.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도 애큐온 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애큐온캐피탈을 인수해 금융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았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간 M&A 확대를 위해 대주주와 관련된 규제를 해소하는 대신 저축은행 지배구조를 따져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막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저축은행 태스크포스(TF)를 꾸려 79개 저축은행을 전수조사하고 이에 따른 정책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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