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충북 영동군 `생명사랑지킴이` 강양순 할머니 사연 눈길
입력 2019-09-01 06:04 
생명사랑지킴이 어르신이 농약안전보관함을 살피고 있다. [사진 제공 = 생명보험재단]

#충북 영동군 원당리에서 '생명사랑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강양순 할머니(69). 강 할머니는 지난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이웃을 자살의 위험에서 구해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뿌듯하다. 평소 우울감을 호소하며 마을 주민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박아무개 할머니(가명)는 어느 날 밤 울면서 강 할머니의 집을 찾아왔다.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강 할머니를 찾아왔다는 것. 강 할머니는 박 할머니의 이야기를 밤새 들어주고 다독여 돌려보낸 후 지역정신건강센터에 박 할머니를 인계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박 할머니는 지역정신건강센터와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다시 건강한 삶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원당리 마을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임명한 생명사랑지킴이와 농촌 지역 맞춤형 종합 자살예방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생명보험재단의 농약안전보관함 사업이 조명 받고 있다.
생명보험재단의 농촌 지역 종합 자살예방 프로그램은 농약안전보관함 보급에서 시작됐다. 충북 영동과 같은 농촌 지역에서는 경제적 어려움, 약화된 유대감에서 오는 소외감 등을 이유로 자살하는 어르신이 도시 지역보다 무려 1.5배 더 높다. 이때 농촌지역에서 흔히 사용되는 자살 수단이 바로 농약이다.

이에 생명보험재단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농약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2010년 경기도 화성시 100가구에 농약안전보관함을 전달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전국 농촌 지역에 농약안전보관함을 보급했다.
2014년에는 농약안전보관함을 전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을 주민들의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을 생명사랑지킴이로 임명하고 농약안전보관함 사용 실태를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평소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자살위험이 높은 주민을 사전에 발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는 지역정신건강센터와 연계를 통해 정신건강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밀착 관리에 나서면서 농촌지역에 생명존중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농촌 맞춤형 종합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생명보험재단은 현재까지 전국 3만5664 가구에 농약안전보관함을 전달했다. 지역별로 노인 자살률 전국 1위 지역인 충남의 8983가구에 농약안전보관함을 보급하며 가장 많은 농약안전보관함을 전달했으며, 충북 5509가구, 경기 및 인천 4900가구가 뒤를 이었다. 특히 올해는 70대 이상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제주 서귀포시에 농약안전보관함 첫 보급이 이뤄지기도 했다.
생명사랑지킴이는 현재까지 4097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생명보험재단은 자살위험군에게 1인당 최대 200만원의 정신건강 의료비를 지원함으로써 220명의 소중한 목숨을 지켰다.
이 같은 노력으로 생명보험재단이 농약안전보관함 보급을 시작한 2011년 16.2%(2580명)에 이르던 농약 음독 자살사망자 수는 정부의 맹독성 농약인 그라목손 생산과 판매 중단에 힘입어 2017년 6.7%(834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실제 생명보험재단이 농약안전보관함을 보급한 지자체의 주민들 대부분이 생명보험재단의 종합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주변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생명존중 문화가 마을 전반에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충청남도 등의 지자체에서는 생명보험재단의 농약안전보관함 사업을 토대로 자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경연 생명보험재단 상임이사는 "OECD 국가 노인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고 노인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변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며 "생명보험재단은 지난 9년 간의 사업성과를 발판 삼아 지속적으로 사업을 점검하고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힘써 사회 곳곳에서 생명존중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재단은 2007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20개 생명보험회사들의 공동 협약에 의해 설립된 공익법인으로 고령화극복 지원사업, 저출산해소 지원사업, 생명존중 지원사업, 자살예방 지원사업 등 4대 목적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다양한 특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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