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과 그 지지층의 '조국 지키기'는 결사옹위 수준이다. 여당 지도부가 연일 윤석열 검찰을 향해 십자포를 쏘아대고 한동안 침묵하던 여권의 '이데올로그' 유시민은 "조국이 법 위반한거 있나. 한개도 없다"고 상황을 규정했다. 유시민은 언제 법까지 공부해서 이렇게 '정통'한 소리를 하는지.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을 향해 "(당신을 향한 공격은)부당한게 맞다···목소리를 내도 된다"고 응원을 보냈다.
현 정권은 자기편에 관대하다. 물론 어느 정권이나 자기편에 관대했다. 현 정권이 유독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것은 타인에 대한 그들의 도덕적 잣대가 워낙 엄격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조 후보자 본인이 '남에겐 엄격하고 내게는 관대한' 인격의 전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여권의 집단적 내로남불은 그 정점을 찍는 듯하다. 친여 소설가 이외수는 "(과거 정권에 비해 조국의 문제점은) 조족지혈"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순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떠올랐다.
인간 농장주를 몰아내고 농장을 점령한 돼지들은 일곱 계명을 헛간벽에 큼직하게 써 놓았다. 그 마지막 계명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이다. 이 평등을 위해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가 네번째 계명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쫓아낸 농장주의 침대에서 돼지들이 자기 시작했다. 네번째 계명은 이렇게 바뀐다.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깔고>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다섯번째 계명은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다. 역시 언제부터인가 돼지들은 술이 곁들여진 파티를 즐기기 시작한다. 다음날 제5번 계명은 '어떤 동물도 <너무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안 된다'로 바뀌었다. 마지막에는 일곱번째 계명마저 이렇게 바뀐다.'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이런 장면도 있다. 다른 동물과 달리 돼지들만 우유를 마시고 사과를 먹어야 하는 이유를 '언변가 돼지' 스퀼러는 이렇게 설명한다. "돼지들이 우유를 마시고 사과를 먹어야 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돼지들이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어찌되는지 아십니까? 존즈(쫓겨난 농장주)가 다시 오게 돼요. 존즈가! 여러분 중에 설마 존즈가 되돌아오길 바라는 분은 없겠지요?"
여권 시각에서 봤을때 조 후보자의 문제점은 '시트를 깔지 않은 침대' '너무 지나치게 마시지는 않은 술' 정도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조족지혈'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그러나 대한민국이 동물농장도 아니고 갑자기 '시트'와 '너무 지나치게'란 단서조항을 넣는것은 민망하지 않은가. 스퀼러의 선동은 굉장하다. '여러분 중에 설마 존즈가 되돌아오길 바라는 분은 없겠지요?' 지금 여권의 지도부도 지지층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 아니겠나. '여러분 중에 설마 지난 정권으로 되돌아가길 바라는 분은 없겠지요?'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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