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한제 풍선효과…청약 `204 대 1`까지
입력 2019-08-29 17:23  | 수정 2019-08-29 20:00
지난 28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결과 평균 경쟁률 204대1을 기록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견본주택에 많은 사람이 몰려 구경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우건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부터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시세는 주춤하지만 정부 발표 후 청약을 접수한 신규 분양 단지에선 세 자릿수 경쟁률이 나오는 등 '광풍'이 불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정비사업이 올스톱돼 주택 공급이 대거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분양을 통해 새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확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가 8·12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안을 발표한 후 서울 핵심 지역 내에서 두 자릿수를 넘어 세 자릿수 경쟁률이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일반분양분 89가구 모집에 총 1만8134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204대1을 기록했다. 서울 1순위 청약에서 세 자릿수 평균 경쟁률이 나온 것은 2016년 11·3 부동산 대책을 적용받기 전 마지막 단지로 꼽혔던 '롯데캐슬 센터포레' 이후 근 3년 만이다. 앞서 지난 26일 청약통장 없이 건설사 자체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 '반포 센트레빌'도 10가구 모집에 5700명가량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경쟁률로 따지면 570대1에 달한다.
인근 공인중개 관계자는 "전용면적 82㎡ 두 가지 타입으로 10가구 남짓 나왔지만 분양가격이 반포 새 아파트치고 저렴한 15억~18억원대였던 데다 주택 소유, 청약통장 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어 많이 몰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12일 정부는 10월부터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확대해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규제 약발'이 6개월도 채 가지 못하고 다시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하자 정부가 내놓는 고육지책이다. 일단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직격탄을 맞아 정부 의도대로 호가가 일부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미 철거를 시작해 분양하지 않을 수 없는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에서는 실제로 수천만 원씩 가격을 내려 매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폭탄'을 지켜보는 국민 사이에선 몇 가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청약 시장 과열'과 '기존 아파트 가격 급등'이란 규제의 역설로 인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핵심지에 새집을 공급받을 수 있는 청약 시장은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이나 반포 센트레빌에서 보여지듯 수천~수만 명의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가장 비싼 가구형도 분양가가 9억원이 되지 않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호응이 있었다.

조만간 청약을 접수할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이나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 등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 시장 최대어로 이미 철거를 시작해 분양하지 않을 수 없는 '둔촌주공'이나 반포 '원베일리' 등이 꼽히지만, 아직 일정 자체가 불확실하고 반포는 분양가격이 상한제를 적용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수나 서대문 등의 단지에 많은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예고한 이후 분양 일정 연기와 공급 감소 우려로 직전까지 증가 추세에 있던 미분양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달(6만3705가구) 대비 1.8%(1176가구) 줄어든 6만2529가구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5~6월 연속 증가하다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새로운 분양에 따른 월별 미분양 추가 발생분은 6월 4572가구에서 7월 3205가구로 줄어들고 기존 미분양 해소분은 6월 3608가구에서 7월 4381가구로 늘어난 영향이다.
미분양 물량 감소는 민간 상한제 적용의 주 타깃인 수도권 미분양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수도권 미분양은 7월 1만789가구로 전달(1만1608가구) 대비 7.1%(819가구) 줄어들었다. 반면 상한제 적용 타깃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지방은 7월에 5만1740가구로 전달(5만2097가구) 대비 0.7%(357가구)만 감소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옥죄고 민간 상한제까지 예고하면서 분양 일정이 대거 연기된 반면, 상한제 실시 후 공급 감소를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기존 미분양을 구입한 사례가 늘면서 미분양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 상한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토부를 제외한 정부 일각에선 신중론도 다시 고개를 드는 중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분양가상한제는 시기도, 대상 지역도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 제도를 시행하기 쉽게 만들어놓은 상황"이라며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봐가면서 가장 좋은(적절한) 시기에 가장 좋은(적절한)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용 기자 /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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