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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두산 육상부’…‘발’에서 SK 상대 해법 찾았나 [현장스케치]
입력 2019-08-28 05:20 
2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19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벌어졌다. 5회말 무사 1루에서 두산 1루 주자 박세혁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과감하고 공격적인 주루로 역전할 수 있었다.”
두산 베어스가 화려한 발기술을 선보이며 선두 SK와이번스를 농락했다.
두산은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의 2019 KBO리그 팀간 12차전에서 4-2로 이겼다. 3회 먼저 실점하긴 했지만, 4회부터 6회까지 1점씩 내며 전세를 뒤집은 뒤, 8회말에 1점을 보태며 승기를 굳혔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5연승을 달리며 선두 SK를 5.5경기 차이로 압박했다. 반면 SK는 2연패에 빠졌다.
1, 2위 팀간의 대결답게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였다. 비록 승차가 제법 나기 때문에 정규시즌 우승은 SK쪽으로 기우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만 놓고 봤을 때는 팽팽했다. 만약 포스트 시즌에서 두 팀이 맞붙어 이날과 같은 경기를 펼친다면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날 두산은 초반부터 화려한 발야구로 SK 배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도루를 5개나 성공했다. SK 안방마님 이재원을 상대로였다. 첫 득점부터가 발로 이꾼 득점이었다. 3회까지 SK 선발 헨리 소사의 퍼펙트 피칭에 누상에 주자가 나가지 못했던 두산은 4회 시작과 함께 선두타자 박건우가 좌전안타로 침묵을 깼다. 좀처럼 출루를 하지 못하던 두산은 곧바로 작전을 걸었다. 박건우가 곧바로 2루를 훔쳤고, 정수빈과 오재일의 내야 땅볼이 진루타기 되면서 1-1 균형을 맞췄다.
5회 역전 상황에서는 포수 박세혁이 도루를 성공시켜 득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포수는 좀처럼 뛰지 않지만, 뛰는 포수 박세혁은 역시 달랐다. 5회 선두타자 박세혁이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후속타자 김재호가 두 차례 번트를 시도했지만 파울에 그치며 볼카운트 2-2로 몰렸다. 그러자 박세혁이 2루를 훔치며 진루에 성공했다. 이후 김재호가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허경민의 적시타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6회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솔로홈런으로 추가점을 뽑은 뒤에도 적극적인 주루는 이어졌다. 7회말 허경민이 2사 이후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를 했다. 8회 정수빈의 2루 도루에 이어 대주자 이유찬까지 2루를 훔쳤다. 정수빈은 도루 뒤 후속타로 홈까지 밟으며 쐐기점을 만들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두산은 빠른 발을 갖춘 선수들을 대거 선발 라인업에 기용해 ‘두산 육상부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2010년대 중반 들어서는 김재환 오재일 등 거포들이 라인업에 포진하면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군단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공인구 반발계수가 낮아지는 등 장타가 감소하면서 두산도 변화를 택했다. 더구나 최근 4번타자 김재환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타선이 헐거워진 듯한 모양해였다. 그 약점을 뛰는 야구로 상쇄한 셈이다. 5차례 도루를 허용한 이재원의 도루저지율은 0.181까지 떨어졌다.
2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19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벌어졌다. 8회말 무사 1루에서 두산 1루 주자 정수빈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경기 전 김태형 감독도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주루를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날 선두 SK를 혼란에 빠뜨렸다. SK는 잇따른 도루 허용에 전체적인 수비까지 흔들리는 장면이 나왔다.
사실상 SK의 독주로 정규시즌이 끝나리라는 예상이 많다. 한국시리즈 직행도 SK가 유력하다. 가을야구에서도 SK의 무난한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을 정도로 SK는 막강한 전력을 갖췄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 1위 두산에 14.5경기 차로 뒤졌던 2위 SK가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을 누르고 패권을 차지했다. 두산으로서는 SK에 설욕을 해야 할 처지다. 한국시리즈에서 1년 전 패퇴를 설욕하는 게 가장 멋진 그림이다.
어찌보면 최강자 SK에 대한 해법을 이날 경기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셈이다. 뛰는 두산에 SK도 ‘발 경계주의보가 내려진 모양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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