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저보수 경쟁 끝…다양성 택한 ETF
입력 2019-08-27 17:50  | 수정 2019-08-27 20:08
◆ 실시간 거래되는 주식형펀드 ◆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자산운용 업계에선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 경쟁이 계속 진행 중이었다. ETF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수형 ETF 수수료를 낮췄다. 그러나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자자들이 ETF 수수료에 크게 민감해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자산운용 업체들은 보수는 높더라도 오히려 투자 트렌드에 맞는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투자 조합을 ETF를 통해 제공하려는 자산운용 업체들 움직임이 액티브 주식형 ETF 출시 고려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연내 출시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긍정적으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NH아문디자산운용은 종전 최저 수수료였던 한화자산운용의 연 0.04% 기록을 깬 연 0.036% 수수료의 HANARO 200 ETF를 출시했다. ETF 시장에서 지수형 비중이 40% 가까이 되는 점을 감안해 낮은 수수료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밖에 삼성자산운용이 2017년 11월 내놓은 KODEX 200TR ETF도 수수료를 KODEX200 ETF(0.15%) 대비 낮은 0.07%로 책정했고 작년 4월 내놓은 KODEX KRX300 ETF 역시 수수료를 0.05%로 저렴하게 설정하는 등 수수료를 통해 ETF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투자자금 유입 현상은 없었고,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작년 말부터 지수형보다는 투자 트렌드를 좇아가는 고보수 ETF 출시로 방향을 전환했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ETF는 투자 주기가 짧기 때문에 연보수를 0.01%포인트 낮추는 것이 투자 수익에 큰 차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며 "오히려 거래가 많이 되고 유동성이 풍부해 촘촘한 호가를 제공하는 ETF를 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높은 보수를 책정했지만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상품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달 출시한 'TIGER부동산인프라고배당 ETF'다. 이 ETF는 리츠, 고배당주를 주로 담고 있는데 총보수는 0.75%로 국내 주식형은 물론 해외 주식형과 비교해도 보수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7일 기준 거래대금은 30억원 정도로 많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안정적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는 리츠 종목들을 편입했고 개인투자자들이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계좌에도 편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리츠 종목들은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에는 담을 수 있지만 확정기여(DC)형이나 개인퇴직연금계좌(IRP)에는 넣을 수 없는데 TIGER부동산인프라고배당 ETF를 통해선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거래대금이나 순자산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이 ETF에는 맥쿼리인프라 16%, 맵스리얼티 16%, 이리츠코크렙 15%, 신한알파리츠 13.3% 등이 편입돼 있다. 웅진코웨이, 효성 등 고배당주도 총 40% 편입되지만 올해 안에 NH리츠, 롯데리츠 등이 상장되면 고배당주의 편입 비율은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TIGER2차전지테마도 총보수는 0.5%로 높은 편인데도 거래대금이 높은 종목이다. TIGER소프트웨어 역시 운용보수는 연 0.4%로 다른 테마형에 비해 높은 축에 속하지만 올 3개월 수익률이 6.3%로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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