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중그네 탄 스마트팜…효율이 `쑥쑥`
입력 2019-08-27 09:26 
최훈 코리아휠 회장

8월 중순 말복 더위가 가득한 충남 보령 주교면 관창공단의 비닐하우스. 따가운 햇빛을 받으며 상추가 초록을 더하고 있었다. 이 비닐하우스의 상추들은 흙바닥에서 재배되는 것도, 수경재배로 크는 것도 아니었다. 공중에 매달린 컨베이어 레일을 따라 늘어선 철제 트레이 안에서 천천히 이동하며 자라고 있었다.
올해로 20년째 타이어휠을 생산하며 국내 1위 철제휠 업체로 자리잡은 코리아휠이 스마트팜 기술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귀농·귀촌인에게 희망을 주는 소규모 스마트팜 시스템 개발과 보급이 그 발판이다. 코리아휠이 새로 만든 스마트팜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트롤리 컨베이어 벨트다. 트롤리 컨베이어 벨트는 선로에 바구니 등을 달아 물건을 나르는 장치다. 최훈 코리아휠 회장은 "트롤리 컨베이어를 개발하면서 선로 상단에 팔을 거는 방식을 개발했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단위 공간당 재배 면적을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현재 코리아휠이 시범 운영 중인 스마트팜은 2층까지 구축돼 있다. 하지만 높이만 넉넉하게 확보하면 더 높게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훈 코리아휠 회장(사진)은 평생을 휠 제조사업에 바친 자칭 '공돌이'다. 최 회장은"국내에서도 다양한 스마트팜 기술이 시도되고 있지만 공간 효율에 제한이 적잖았다"며 "코리아휠이 휠을 생산하며 쌓은 컨베이어 시스템 기술력을 활용해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트롤리 컨베이어 벨트는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설비 구축 비용도 기존 온실시스템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낮다. 최 회장은"일반적인 온실을 짓는 데 평당 450만원 가량 들지만 컨베이어 벨트는 비닐하우스 비용을 제외하면 평당 120만원 선에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닐하우스를 새로 만들더라도 기존 설비비의 절반 이하 비용으로 스마트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의 비닐하우스 시설을 활용한다면 3분의 1도 안되는 저가의 비용으로 시설을 갖출 수 있어 귀농·창농과 연계해 스마트팜 시스템 보급을 해나갈 계획이다.
코리아휠이 구축한 스마트팜에서 기르는 상추에 자동으로 물을 주는 장치 [사진 = 송민근 기자]
컨베이어식 생산의 가장 더 큰 장점은 인건비 절감이다. 최 회장은 "농촌에서는 일손을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용도 비싸다"며 "평소 자동으로 물을 주고 온도조절도 원격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일손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단위면적당 수익성도 잡았다. 코리아휠이 현재 시범운영 중인 스마트팜을 기준으로 보면 약 100㎡에서 25일이면 상추 2500송이를 수확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시범운영 스마트팜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매월 500만원의 매출이 가능한 셈"이라며 "기온·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노지나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월등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팜의 설비를 더 빽빽하게 구축하면 이보다 더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코리아휠이 개발한 트롤리 컨베이어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모습 [사진 = 송민근 기자]
흔들리는 컨베이어 벨트 때문에 식물 생장이 저해되지는 걱정에 대해서도 최 회장은 "전혀 걱정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적당한 흔들림이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줘 오히려 튼튼하게 자라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경작할 수 있는 품종은 현재 상추를 테스트 중이지만 계절에 따라 상추, 깻잎, 부추, 딸기, 버섯 등을 재배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작물인 파프리카나 망고도 품종에 따라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리아휠은 장기적으로 농사 초보도 쉽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식물 생장 관련 빅데이터를 쌓아 제공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코리아휠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팜 시스템과 관련해 2개의 디자인권과 1개의 특허를 취득했으며, 국내외에서 8건의 특허·디자인권을 추가 출원한 상태다.
[보령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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