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리스크 포비아'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중위험·중수익으로 불리던 파생결합증권(DLS)이 사실은 저수익·고위험이었고, 이 상품으로 원금의 90%를 날리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으로 여기던 채권, 부동산 펀드 등에도 '폭탄'이 숨겨져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투자를 관망하거나 수익이 확정된 상품에 접근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더구나 공격적 성향의 자산가들은 주식시장에서 그동안 바이오 관련주에 집중 투자를 했는데, 여기서 큰 손실이 발생한 것도 리스크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강남구 도곡동의 한 PB센터 부지점장은 DLS에 대해 문의하자 "이런 상품을 판 적이 없다"며 접촉 자체를 꺼렸다. 평소 언론에 업계 동향을 전하는 사람이었지만 상품 문의에 대해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증권사 PB센터도 DLS에 관련된 문의는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강남 PB들은 투자자들이 민감한 DLS, 주가연계증권(ELS)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강남 자산가들이 막대한 손실을 본 사례가 지라시처럼 전해지고 있다. DLS 손실로 강남 수입차 매장에서 '파리만 날린다'는 얘기와 청담동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소식이 괴담처럼 돌고 있다. PB센터 관계자는 "강남 자산가들은 보통 은행과 증권사를 여러 개 이용하는데, 우리은행 DLS 투자자들로부터 이 상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트렌드도 '안전제일주의'로 변하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 5% 수익이 발생하는 부동산 펀드, 대출채권 펀드 등이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상품들마저 자산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양재역 부근 한 증권사 PB센터장은 "최근에는 파생상품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많아서 국내 국채 펀드 또는 글로벌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 해외 국채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전통적으로 강남 자산가들은 홍콩H지수, 미국 S&P500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에 많이 투자했는데, 최근에는 일반 채권형 상품 등 수익이 담보된 상품에 대한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부동산 펀드 등에도 고위험 상품이 숨겨져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펀드는 연 5%가 보장되는 안전상품으로 불렸으나 이마저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DLS 외에도 많은 저수익·고위험 파생상품들이 중위험·중수익으로 둔갑해 팔려나가고 있다"며 "해외 2·3선 도시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나 하이일드 채권을 많이 담은 상품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상품에 '기초자산 리스크'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펀드 등이 지급하는 연 5%의 수익률을 이자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1000억원으로 유럽의 한 부동산을 매입한 펀드는 연 6% 임대료가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수수료를 1% 떼도 5%의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악화 등으로 해당 부동산 가치가 낮아지면 만기 때는 되파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펀드 판매사들은 매년 이자를 주고 만기 때 시세 차익까지 남겨준다고 홍보하지만 이것은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수익률"이라고 말했다. 2009년 금융위기 같은 돌발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남권의 젊은 고소득자 사이에서도 투자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이들은 50~60대 자산가들보다 위험 부담이 높은 성향을 보이는데, 최근 바이오주가 폭락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2017년 정부가 바이오 지원책을 발표하고 임상 3상 기대감이 나올 때 PB들의 권유를 통해 대거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100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이 10억원 남은 바이오 투자자 사례도 전해지고 있다.
젊은 고소득자들은 대부분 한국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20~30대 중반 사이의 고액 연봉자들은 월급에서 남은 상여금을 투자에 올인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보통 2000만~3000만원 종잣돈을 모아서 해외 우량주식이나 기대수익이 높은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구나 공격적 성향의 자산가들은 주식시장에서 그동안 바이오 관련주에 집중 투자를 했는데, 여기서 큰 손실이 발생한 것도 리스크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강남구 도곡동의 한 PB센터 부지점장은 DLS에 대해 문의하자 "이런 상품을 판 적이 없다"며 접촉 자체를 꺼렸다. 평소 언론에 업계 동향을 전하는 사람이었지만 상품 문의에 대해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증권사 PB센터도 DLS에 관련된 문의는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강남 PB들은 투자자들이 민감한 DLS, 주가연계증권(ELS)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강남 자산가들이 막대한 손실을 본 사례가 지라시처럼 전해지고 있다. DLS 손실로 강남 수입차 매장에서 '파리만 날린다'는 얘기와 청담동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소식이 괴담처럼 돌고 있다. PB센터 관계자는 "강남 자산가들은 보통 은행과 증권사를 여러 개 이용하는데, 우리은행 DLS 투자자들로부터 이 상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트렌드도 '안전제일주의'로 변하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 5% 수익이 발생하는 부동산 펀드, 대출채권 펀드 등이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상품들마저 자산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양재역 부근 한 증권사 PB센터장은 "최근에는 파생상품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많아서 국내 국채 펀드 또는 글로벌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 해외 국채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전통적으로 강남 자산가들은 홍콩H지수, 미국 S&P500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에 많이 투자했는데, 최근에는 일반 채권형 상품 등 수익이 담보된 상품에 대한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부동산 펀드 등에도 고위험 상품이 숨겨져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펀드는 연 5%가 보장되는 안전상품으로 불렸으나 이마저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DLS 외에도 많은 저수익·고위험 파생상품들이 중위험·중수익으로 둔갑해 팔려나가고 있다"며 "해외 2·3선 도시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나 하이일드 채권을 많이 담은 상품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상품에 '기초자산 리스크'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펀드 등이 지급하는 연 5%의 수익률을 이자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1000억원으로 유럽의 한 부동산을 매입한 펀드는 연 6% 임대료가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수수료를 1% 떼도 5%의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악화 등으로 해당 부동산 가치가 낮아지면 만기 때는 되파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펀드 판매사들은 매년 이자를 주고 만기 때 시세 차익까지 남겨준다고 홍보하지만 이것은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수익률"이라고 말했다. 2009년 금융위기 같은 돌발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남권의 젊은 고소득자 사이에서도 투자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이들은 50~60대 자산가들보다 위험 부담이 높은 성향을 보이는데, 최근 바이오주가 폭락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2017년 정부가 바이오 지원책을 발표하고 임상 3상 기대감이 나올 때 PB들의 권유를 통해 대거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100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이 10억원 남은 바이오 투자자 사례도 전해지고 있다.
젊은 고소득자들은 대부분 한국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20~30대 중반 사이의 고액 연봉자들은 월급에서 남은 상여금을 투자에 올인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보통 2000만~3000만원 종잣돈을 모아서 해외 우량주식이나 기대수익이 높은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