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미달 속출에 코스닥 상장포기 급증

올해 코스닥에서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한 회사가 12곳으로 나타났다. 특례상장 확대 등 기업공개(IPO) 활성화를 추진해 온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의 정책 행보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단 상장 철회는 증시 침체로 IPO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면 기업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상장심사 과정에서 회사에 불리한 이슈가 나오며 심사를 포기한 회사도 있다. 심사 미승인이란 불명예를 피하기 위한 조치다. 상장은 한국거래소가 정한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발행한 주권을 증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팡스카이가 지난 22일 상장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팡스카이는 지난해 매출 300억원에 순이익 40억원을 기록한 모바일 게임 회사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6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심사 철회는 게임산업 경쟁 심화에다 주식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경영 판단으로 알려졌다.
팡스카이는 올해 코스닥에서 심사 철회를 선택한 12번째 회사다. 지난 20일에는 화장품 제조업체 이시스코스메틱이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철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7월에는 노래방 반주기 제조회사 금영엔터테인먼트와 제너럴바이오가 상장심사를 포기했다. 상반기에는 애니원 레인보우로보틱스 엔에스컴퍼니 젠큐릭스 소프트닉스 로보쓰리 툴젠 노브메타파마 등 8곳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코스닥 상장심사 철회는 6곳에 불과했다.

사업모델 특례상장 2호 캐리소프트는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으나 지난 7일 공모를 철회했다. 사유는 시장 상황 악화다.
캐리소프트를 포함해 올해 상장예비심사 승인 후 공모 단계에서 상장을 철회한 곳은 KTB네트워크 네오플럭스 케이엠에이치신라레저 등 4곳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침체 장기화와 이미 상장된 동종 업종 주가가 기대에 못 미치자 상장을 포기하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기업에 불리한 사항이 발견되거나 승인 요건을 미충족했다고 판단한 회사들이 상장을 철회하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회사 47곳 중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간 회사는 20곳에 이른다. 코스닥에 입성한 회사 가운데 43%가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인 셈이다. 이달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 11곳 중 4곳의 주가가 공모가 이하다. 지난 19일 상장한 나노브릭의 23일 장 마감 기준 주가는 공모가 대비 19.4% 하락한 1만2900원을 기록했다. 슈프리마아이디(-29.1%) 코윈테크(-15.5%) 덕산테코피아(-9.7%)도 공모가와 비교했을 때 현재 주가가 마이너스 상태다.
상장 포기를 선택한 회사도 있지만 코스닥 입성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는 계속 나오고 있다. 9월에는 정수기 필터 제조사인 한독크린텍과 라닉스, 올리패스 등이 코스닥에 상장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칩 설계 회사 라닉스와 RNA 치료제 개발업체 올리패스는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을 택했다.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은 상장 주선인이 성장성이 있음을 인정해 추천한 기업에 대해 전문평가기관 평가 등급 없이도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허용한 제도다.
이 밖에 메드팩토 보로노이 티맥스소프트 아벨리노랩 등이 코스닥 IPO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에는 항암제 개발업체 메드팩토를 비롯해 소프트캠프 태웅로직스 메타넷엠씨씨 페이레터 등이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보로노이는 폐암과 뇌염 치료제 개발사로 1조2000억원 규모 프리 IPO(상장 전 지분 투자)를 완료했으며, 티맥스소프트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회사다. 유전자 진단기업 아벨리노랩은 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인 '테슬라' 요건으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