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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울타리 벗어났더니…엘비세미콘 이익 6배 껑충
입력 2019-08-25 17:50  | 수정 2019-08-25 20:02
한때 '방탄소년단(BTS) 테마주'로 불리던 엘비세미콘이 '반도체 실적주'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
LG그룹에서 반도체 관련 기업 루셈을 인수한 데다 비메모리 투자를 늘리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을 높이며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고객사 중 LG디스플레이 의존도가 높았던 2017년과 비교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2년 새 6배 늘어날 전망이다.
25일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엘비세미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07억원, 618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작년(2757억원)보다 41.7%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2017년 영업이익은 103억원이었다.
엘비세미콘은 반도체를 자르고 포장하는 후공정 중에서 범핑 및 테스트 사업을 주로 하며 비메모리 반도체 쪽에 특화돼 있다.

2000년 설립됐으며 구본천 부회장이 이끄는 LB그룹의 주력 자회사로 성장했다. 구 부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4남인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장남이다. 이 그룹 지배구조는 '구본천 부회장→지주사 LB→엘비세미콘·LB인베스트먼트 등 7개 계열사'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 구본천 LB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올해 주요 계열사에 대한 투자도 과감해질 것"이라며 "특히 LG가(家) 울타리를 벗어나 삼성전자 등 외부 고객사 유치에 성공하면서 올해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까지 이 반도체 기업은 '범LG가'로 묶이면서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작년 2월 LG그룹 지주사 LG가 비주력 사업 정리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보유 중인 반도체 관련 업체 루셈을 엘비세미콘에 넘겼다. 엘비세미콘은 LG가 보유하고 있던 루셈 지분 67.96%를 75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엘비세미콘이 삼성전자 매출 비중을 높이면서 LG와 엘비는 '각자도생'하고 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엘비세미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분기 4%에서 올 1분기 21%로 높아졌다. 엘비세미콘 보고서상에는 구체적인 고객사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증권사들은 매출 비중이 높아진 곳으로 삼성전자를 지목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반도체 기업에 대한 매출 비중 증가로 올해 실적이 급상승세"라며 "비메모리 투자 확대에 따라 엘비세미콘도 향후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면서 실적이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까지 이 업체는 증권가에서 'BTS 관련주'로 더 유명했다. 엘비세미콘의 대주주인 LB가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지분을 투자한 LB인베스트먼트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비상장사인 LB인베스트먼트를 살 수 없으니 반도체주 엘비세미콘에 몰린 것이다.
작년 5~6월 BTS의 국내외 흥행 소식에 따라 당시 엘비세미콘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2개월 새 보유 주식 575만주를 매도해 현금을 확보했다. 당시 처분 단가는 6011~7660원이었다. 이달 23일 기준 엘비세미콘 주가는 9190원이다. 실적 상승이 대주주 매각 악재를 이겨낸 셈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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