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각종 집회·시위에 피로감을 호소해온 청와대 인근 주민들이 '침묵시위'를 예고했다. 주민들은 과격해지는 집회로 인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자제를 요구할 계획이다.
25일 '청운효자동·사직동·부암동·평창동 집회 시위 금지 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청운효자동, 사직동, 부암동, 평창동 등 인근 주민 50여명은 오는 28일 오전 9시 30분 청와대 입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침묵시위를 열고 잦은 집회·시위에 따른 어려움을 알리고 자제를 요청한다. 이들은 호소문을 읽은 뒤 구호 없이 침묵하며 경복궁 일대를 행진할 예정이다.
이번 침묵시위를 주최한 류재영 청운효자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청와대 앞 점거 집회로 청운효자동뿐만 아니라 부암동, 평창동 주민들까지 교통이 막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집회의 자유도 있고 다들 딱한 사정이 있겠지만, 아침 7시부터 밤늦게까지 확성기를 틀고 도로를 점거하면 인근 주민들은 어떻게 사냐"고 했다.
주민들은 지난 2017년 8월에도 집회·시위 자제를 요청하며 침묵시위를 벌였고 청와대와 경찰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당시 침묵 집회와 탄원서 이후 잠시 나아졌지만 올해 들어 다시 전보다 시위도 강경해지고 매일 이어져 주민들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청와대 주변에는 매일 노동단체 등의 노숙농성과 집회, 주말에는 '태극기 행진' 등 각종 집회·시위 및 행진이 끊임없이 열린다.
청운효자동에서 15년째 거주 중인 유 모씨(55)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때부터 동네가 시위대로 뒤덮이기 시작했다"며 "주변에 초, 중, 고가 모여있는데 시위대가 학생들 다니는 인도에 앉아 술을 마시고 노상방뇨를 하는 걸 보고도 경찰이나 청와대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니 답답하다"고 했다. 유씨는 "교대로 동사무소에 들어와서 씻고, 민원실에 앉아있는 시위대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선 아예 동사무소를 멀리 이전하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청와대 100m 앞에서 집회와 시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도심 시위가 벌어진 지난 2016년 말부터 가능해졌다. 당시 법원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청와대 앞 100m 앞까지 허가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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