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시장의 활황은 아이러니하게도 2017년 정부의 6·19 가계부채대책을 시작으로 한 '릴레이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 정권이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면 잠시 위축될 수 있지만, 이후엔 오히려 더 크게 오른다는 시장의 학습효과가 만든 '웃픈' 단면이다.
2017년 6월부터 2018년 9월까지 규제가 쏟아진 1년3개월간 서울 아파트가격은 10.2%나 올랐다. 9·13 부동산대책이 워낙 강력한 규제였던 탓에 이후 올해 7월까지 10개월간 2% 하락한 상황이지만, 상승폭에 비해 하락폭은 작다. 결국 서울의 주택가격은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것이 정부나 시장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또 최근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하고 확대된 규정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켜 서울 집값이 중장기적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28일 매일경제가 주최하는 '매경 부동산 富테크쇼'에서 강연할 최고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 때문에 현재는 '가성비 투자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예전엔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강남권 아파트 투자가 실패 없는 선택으로 여겨져 '무조건 강남' 기조가 강했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 현재 상황에선 오히려 '가성비 투자'가 먹힌다는 얘기다.
가장 강력하게 규제가 들어간 주택부문에서 특히 가성비 투자는 핵심 키워드다. '매경 부동산 富테크쇼'의 주택 부문 연사로 나올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은 우량주를 골라 사기보다는 흙 속에 묻힌 진주와 같은 감춰진 보석을 발굴해 투자해야 할 때"라면서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에 집착하기보다는 지금은 다소 낙후돼 있지만,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 곳을 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남권과 소위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의 부동산이 '블루칩'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투자비용이 막대하다. 고 원장은 "이미 너무 비싼 강남보다는 덜 비싼 비강남권을, 이미 비싼 아파트보다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현시점에서 투자할 만한 투자처"라면서 "서울 내에서 본다면 교통 열세 지역에서 교통 우세 지역으로 바뀌는 금천구와 관악구를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서울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군부대와 준공업지역 등이 많았던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독산동을 중심으로 각종 호재가 많다. 관악구의 경우 획기적인 교통환경 개선이 예정된 것이 주목할 만하다. 신림선과 서부선, 난곡선 등 경전철 3개 노선이 들어오는 것이 가장 큰 호재다.
그동안 정석처럼 여겨졌던 '빌딩 투자=강남' 공식도 깨볼 필요가 있다. 강남 빌딩의 경우 매입하면 손해 볼 리스크는 줄일 수 있지만 투자비용이 크고, 최근 경기불황으로 공실률이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인 데다 빌딩 매입 시 대출 규제인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제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경 부동산 富테크쇼'에서 상업용 부동산 부문 강사로 나서는 신기동 리얼티코리아 이사는 "한동안 시중의 유동성이 꼬마빌딩으로 몰리면서 이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면서 "빌딩 투자 입문자들은 그래도 강남을 보지만, 이보다는 서울 도심지나 지역 교통거점 등을 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신 이사가 특히 관심을 갖고 봐야 할 지역으로 꼽은 곳은 최근 '힙지로'라는 애칭까지 붙은 을지로 일대와 익선동 등이다. 이들 지역은 전반적인 경기불황 속에서도 가장 장사가 잘돼 공실률이 없다시피 한 곳들이다. 이 밖에도 연신내, 사당, 방배 등도 눈여겨봐야 할 '가성비 투자처'다.
해외 부동산에서도 가성비 투자 전략은 유효하다. 통상 해외 부동산 시장의 경우 자산가들이나 들어가는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물리적으로 가깝고 가격대도 많이 부담스럽지 않은 동남아 시장이 뜨면서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투자 규모가 5억원 이하라면 '가성비 투자'로 베트남 등 동남아가 유리하다는 것이 '매경 부동산 富테크쇼' 해외 부동산 투자전략 부문 강사인 문석헌 도우지엔 본부장의 이야기다.
투자 자본이 넉넉하다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안정적인 곳 투자가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베트남 등 아세안(ASEAN) 국가 쪽도 괜찮다는 것. 다만 이들 국가의 경우 선진국 대비 규제도 많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지피지기'의 마음으로 철저히 본인이 스터디를 한 후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알아둬야 한다.
최근 각종 규제 속에서 투자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절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세무사)은 부동산 관련 세금만 집중적으로 파온 부동산 세제 최고 전문가로 '매경 부동산 富테크쇼' 강사로 나선다. 그는 "취득시기와 양도시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순간의 실수로 수천만 원의 세금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면서 "스스로 세금에 대한 상식을 갖고 있으면서, 최소한 2~3명 이상의 전문가에게서 솔루션을 받은 뒤 부동산 의사 결정을 해야 수천만 원의 손해 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인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