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과 맺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애국 테마주'가 다시 불붙고 있다. 애국테마주란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일본 제품 불매 등 한일 간 정치·사회·문화적 갈등이 전면으로 확산되면서 반사이익을 받게 되는 토종 기업들을 말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애국테마주로 분류되는 하이트진로홀딩스우 주가는 가격제한폭(29.55%)까지 치솟은 2만7600원에 거래 중이다. 한일 갈등이 본격화되던 7월 4일(만100원) 대비 173.26%나 오른 수치다. 하이트진로홀딩스 보통주도 전일 대비 6.31%(650원) 오른 1만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산 문구류 불매로 수혜가 예상되는 모나미(15.76%↑)와 유니클로에 대항해 주목받는 남영비비안(6.59%↑), 신성통상(4.33%↑), 쌍방울(3.21%↑), 신영와코루(0.91%↑) 등도 동반 상승세다. 이밖에 램테크놀러지(1.93%↑), 후성(1.82%)↑, 솔브레인(1.13%↑), 원익머트리얼즈(0.98%↑)등 불화수소 등 부품 장비 국산화 수혜 예상 업체들도 오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기적으로 애국테마주의 상승이 나타나고 있으나 시장의 불안 요인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진우 메리츠종금 증권 연구원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일인 오는 28일 전까지 외교적 노력을 통해 제외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은 소멸된 셈"이라며 "향후 일본이 어떠한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지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일본이 산업기계로 규제의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 한일간 무역갈등이 역내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우려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원화표시 자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원/달러 환율 상승은 물론 외국인 투자 심리 위축 등 국내 자본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국내 증시 조정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일본과의 교역갈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면서 "다만 그동안 소극적 중재자였던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한일 양국에 일정 부분씩 양보를 요구하는 등 문제를 조기 종식시킬 가능성도 염두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청와대는 전일 지소미아를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우리정부는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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