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모델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린 가운데 이를 지적하는 한국인 누리꾼에게 "그저 멋진 디자인일 뿐"이라고 반박하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
미국 출신 모델 겸 가수 샬롯 캠프 뮬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전범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채 승마를 즐기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를 접한 한 누리꾼은 "당신의 패션을 존중하지만, 팬으로서 말해줘야 할 것 같다"면서 "사진 속 문양은 나치와 같은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뮬은 "이건 일본의 '욱일승천기'다"는 답변을 남겼다. 누리꾼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욱일승천기는 일본이 한국을 지배할 때 사용했던 상징물이다"며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해 한국 사람들에게는 큰 상처다"고 설명했다.
이에 뮬은 자신이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설전을 이어갔다. 그는 "욱일승천기는 메이지 시대에 일본군이 처음 사용한 것"이라면서 "일제강점기 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나치의 정신적 이념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러 협회에서 발행된 관련 연구를 읽어봤으므로 자신의 주장은 편향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 영국, 프랑스도 국기가 존재하는 동안 식민지를 지배했는데, 그럼 이 국기들도 금지해야 하냐"며 "매우 지루하고 한심한 논쟁"이라고 비꼬았다.
뮬의 전범기 티셔츠 논란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알려지자 누리꾼은 공분했다. "일본의 전범기는 식민지 시대와 제국주의의 상징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전쟁의 피해자 모두에게 잔혹한 상처를 줬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반박하길"(naya****), "학살 만행의 상징은 없어져야 한다. 이 모델은 남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듯"(iru***)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뮬은 "말도 안 되는 비난"이라면서 "그저 멋진 디자인일 뿐 증오를 나타내는 데 사용될 리 없다"며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뮬의 남자친구이자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의 아들인 션 레논도 "모든 사람은 각자 상징적인 것을 사용하는 데 자유로워야 한다"며 그를 두둔하고 나서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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