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이 20여 일 만에 다시 만나 강제 징용 문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의 입장차를 재확인했지만, 파국을 막기 위한 대화 지속에는 공감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현지시간으로 오늘(21일) 오후 2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베이징(北京)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에서 35분간 만나 일본 측 수출 규제 조치, 강제 징용 문제,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이날 회담에는 고노 외무상이 예정보다 일찍 나와 일본 취재진과 담소를 나누며 기다렸고 이후 강경화 장관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서로 악수하는 기념 촬영을 한 뒤 회담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 결정을 강행한 데 대해 재차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상황의 엄중함을 지적하는 한편 일본 정부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노 외무상은 일본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강 장관은 한일 수출 규제 당국 간 대화가 조속히 성사돼야 한다며 일본 외교 당국의 노력을 요구했고, 고노 외무상이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 입장을 언급하자 한국 입장을 재차 확인해줬습니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내 일본인들의 안전에 대해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강 장관은 일본 내 혐한 분위기 속에 한국인들과 재일교포의 안전 확보에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강 장관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엄중한 인식을 전달하고 일본 정부의 현명한 결정도 촉구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회담 후 굳은 표정으로 먼저 나왔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빠져나갔습니다. 고노 외무상 또한 말이 없이 회담장을 떠났습니다.
이번 회담은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8월 24일)과 일본의 백색국가 한국 배제조치 시행일(8월 28일)을 목전에 두고 마련돼 주목받았습니다.
외교 당국자는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해 "지소미아와 관련해 고노 외상이 먼저 말을 꺼내 강 장관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원론적으로 답변한 거로 안다"면서 "전체적으로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이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번 회담은 한일 외교 당국 간 대화를 복원시켰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으며 수출 규제 당국 간 대화를 복원하는 게 키포인트다"면서 "일본의 상황을 봐야 하며 외교 당국 간 대화를 이어가자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고노 외무상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뒤 일본 언론을 대상으로 이런 시기야말로 교류가 필요하다며 외교 당국 간 대화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일 외교장관의 양자 회동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앞두고 지난 1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회의에서 만난 뒤 처음입니다.
당시에는 양측 모두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돌아선 바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