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스팩 합병 성공률, 신영·하나금투·대신證 높았다
입력 2019-08-20 17:44  | 수정 2019-08-20 19:35
신영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스팩 합병 성공률이 높은 상장주선인으로 꼽혔다. 반면 증권사 순이익 1·2위를 다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성공률이 저조했다. 2010년 스팩제도 도입 후 주간사별 스팩 합병 성공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스팩은 비상장회사나 코넥스 기업과 합병이 목적인 코스닥 상장회사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인 증권사 중에서 스팩 합병 성공률 1위는 신영증권으로 나타났다. 신영증권은 2010년부터 이날까지 스팩 5개를 코스닥에 상장시켰으며, 이 중 3개를 비상장사와 합병시켰다. 합병 성공률 60%다. 합병 대상회사를 구하지 못해 상장폐지된 스팩은 하나도 없다.
하나금융투자도 스팩 합병 실적이 돋보인다. 하나금투가 상장 주선한 스팩 12곳 중 합병에 성공한 회사는 7개에 달한다. 비율로는 58.3%다. KB증권은 2010년 스팩 도입 후 가장 많은 18곳의 상장주선을 담당했다. 이 중 10개가 합병해 성공률은 55.6%에 달한다. KB증권 실적은 옛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합친 수치다. 대신증권은 7개 스팩 중 4개가 합병에 성공했다. 특히 대신이 상장주선한 스팩은 올해에만 네오셈과 지니틱스 2곳을 합병했다. 올해 합병에 성공한 스팩 4개 중 절반을 대신증권이 차지한 셈이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스팩 합병 성공 비율이 각각 50%와 40%에 달했다. 신한금투가 상장주선을 담당한 스팩은 현재 3개가 상장 중인데, 신한제3호스팩은 지난 19일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코스닥 상장 후 30개월째인 지난 16일까지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아서다.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속하는 한투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상대적으로 스팩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두 회사는 각각 올해 상반기 순이익 기준 증권업계 1·2위다. 한투는 스팩 8개를 상장시켰으며, 합병에까지 이른 스팩은 2곳에 불과하다. 상장폐지된 스팩도 2개에 이른다.

미래에셋대우가 상장주선을 맡은 미래에셋대우기업인수목적3호는 20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미래에셋대우3호스팩까지 포함해 미래는 총 12개 스팩의 상장주선을 담당했다. 12개 중에서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4개에 불과하며,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상장폐지된 곳은 5곳에 달한다. 국내 첫 번째 스팩 상장주선 타이틀을 가진 회사 명성에 걸맞지 않은 실적이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2010년 3월 국내 1·2호 스팩을 나란히 선보였다. 그러나 두 스팩 모두 합병 회사를 구하지 못해 2012년 10월에 상장폐지됐다.
삼성증권은 스팩 합병 성공 비율이 0%다. 삼성은 3개의 스팩 상장을 주선했다. 1개가 상장폐지됐으며, 2곳은 상장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투나 미래 등 대형사 IB 담당 임원들은 기업공개(IPO) 리그테이블에 신경 쓰다 보니 거래소 직상장만 고려할 뿐 테이블 실적에 잡히지 않는 스팩 합병엔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2010년 당시 대우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국내 1호 스팩이 상장폐지되는 비운을 겪으면서 스팩 합병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전했다.
중소형사 중에선 BNK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이 100% 스팩 합병 성공률을 기록했다. 세 회사는 각각 1곳, 2곳, 3곳의 스팩 상장을 주선했다. KTB투자증권은 3개 스팩 중 2곳이 합병에 성공했다. 성공 비율 66.7%다.
SK증권은 SK제3호스팩까지 포함해 스팩 4개 상장을 주선했다.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1곳에 불과하며, 상장폐지 스팩은 3호스팩 등 2개에 달한다.
SK제3호스팩은 20일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정리매매 기간은 21~29일이며, 상장폐지일은 이달 30일이다. SK제3호스팩은 지난 19일까지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스팩은 IPO 후 30개월 이내에 합병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합병상장예비심사 미청구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1개월 이내에 심사 청구를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앞서 SK스팩은 지난 5월 전자지급 결제대행 업체인 페이게이트와 합병하기로 했으나, 한국거래소의 합병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스팩투자전문회사 ACPC 남강욱 부사장은 "스팩 투자에 성공하려면 주간사 실적뿐 아니라 스팩 합병한 회사의 주가 측면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용어 설명>
▷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 주식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target company)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paper company)다. 스팩은 자산이 현금으로 구성되며, M&A 대상 기업에 효과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됨과 동시에 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통로로 활용된다.
한국은 2009년 말 스팩 관련 법규가 마련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뿐 아니라 IPO를 추진하기도 어려운 중소기업에 신속한 상장·자금 조달 수단을 제공할 필요성이 고려됐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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