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연중무휴인 편의점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열풍이 근로자를 넘어 개인사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설과 추석 등 명절에 휴무를 원하는 편의점주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인건비 부담이 올라간 것도 이같은 변화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CU는 올해 추석부터 편의점업계 최초로 명절 휴무 자율화 제도를 실시한다. 올 추석 당일 휴무를 신청한 점포는 1300여곳으로 전체 매장 수의 10% 가량이다.
그동안 명절 휴무를 원하는 편의점 가맹점주는 본사와 협의를 통해 휴무를 결정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명절 당일 매출이 평일대비 비슷하거나 감소율이 적은 점포는 휴무 신청이 거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휴무 가맹점은 지원금 중단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CU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명절 대목을 누리는 주거 상권 점포는 보통 명절 당일날 매출이 평일보다 1.5배 가량 나오기 때문에 자율 휴무 신청률이 그리 높진 않다"면서도 "오피스 상권 점주들은 차라리 문을 닫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마트24도 현재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올 추석 휴무 신청을 받고 있다. 이마트24는 기존 편의점 브랜드와 달리 영업일수 및 휴무를 가맹점주가 직접 정할 수 있다. 가맹점주가 본사와 계약한 연중 휴무일 수 중 하루를 명절 당일에 소진하는 방식이다.
이마트24의 명절 휴무 점포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설 당일에는 전체 점포의 24%, 지난해 추석 당일에는 32%, 올해 설 당일에는 37%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이마트24에 따르면 보통 편의점 당일 매출은 평일보다 평균 10% 가량 낮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5대 편의점(서울의 출점 수 기준) 총 951명의 편의점주의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9%는 '명절 당일 자율영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편의점주의 명절 당일이나 경조사 시 자율 휴무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표준가맹계약서 개정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것도 편의점 자율 휴무제에 긍정적이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일부 공업단지나 오피스 상권 점포의 경우 명절 당일날 매출이 30~60만원에 그치는 곳도 있다"며 "아르바이트생 시급을 생각했을 때 차라리 문을 닫는게 낫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워라밸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편의점 운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본부는 명절날 매출이 나오지 않는 오피스 상권을 잡고있기 보단 주거 상권 점포 매출을 더욱 올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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