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정보를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19기) 등 현직 법관 3명이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원 내부 정보보고는 법리적으로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 심리로 신 부장판사,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53·24기),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47·25기)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1회 공판이 열렸다.
이 사건은 법원에 제출된 영장청구서·수사기록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이들은 2016년 4월 정운호게이트로 인해 '법관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행정처 지시에 따라 수사진행 상황과 증거관계 등을 10회에 걸쳐 수집·보고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 부장판사는 "당시 사법행정 업무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 직무상 마땅히 해야 할 업무를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또 "사실관계·법리적 측면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성 부장판사도 "기소 내용을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호인들은 "누설은 비밀을 아직 모르는 제3자에게 알리는 행위를 뜻하는데 법관 비위 상황을 파악하고 행정처에 보고한 내용은 내부보고일 뿐이므로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통적으로 주장했다. 이어 "보호해야할 것은 비밀 자체가 아니라 국가이익이기 때문에 국익이 침해되지 않았다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모 관계에 대해선 "(신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판사들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조·성 부장판사는) 행정처 지시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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