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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몽니에…붕괴·화재 내몰린 주민들
입력 2019-08-18 17:17  | 수정 2019-08-18 20:03
지난 11일 폭우에 천장 일부가 붕괴된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 주택 외부 모습. 조합 측은 서울시의 방해로 재개발이 늦어지면서 비슷한 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사직2구역조합]
주민들이 재개발·재건축을 하겠다고 결정했는데도 서울시가 근거도 없이 정비 사업을 가로막고 있는 구역에서 붕괴·화재 등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50년 안팎으로 오래된 노후 주거지역이 그대로 방치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인재(人災)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재개발 지연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서울시가 책임질 것이냐'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8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폭우가 쏟아진 지난 11일 종로구 사직2구역 내 한 주택의 안방 천장 서까래가 폭우에 무너지며 붕괴됐다. 거주민이 잠시 외출한 사이에 사고가 발생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비슷한 여건의 주택 10여 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불안에 떨며 여름 장마철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장진철 사직2구역 조합장은 "1년 전에 사비를 들여 수리했는데도 너무 오래된 집이라 버티지 못했다"면서 "서울시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개발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또 발생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 지연으로 인해 만에 하나 인명 피해가 날 경우 시가 책임을 질 것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복궁 인근의 사직2구역은 서울시가 역사문화 보존을 이유로 2017년 3월 주민투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시켰다. 주민들은 즉각 직권해제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4월 서울시의 직권해제 결정이 무효라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서울시의 재개발을 막기 위한 '몽니'는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 불과 닷새 뒤 서울시는 사직2구역 내 '캠벨 선교사주택'을 제3호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시켰다. 그러면서 사업계획상 예정돼 있는 선교사주택 이축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재개발을 사실상 방해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시공사를 압박해 계약에 의해 매달 조합운영비 등 명목으로 600만원가량 대여해왔던 자금마저 지급하지 못하도록 압박해 실제 4월부터 끊겼다"면서 "직권남용과 더불어 사업방해 혐의로도 서울시를 형사고소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구역에 위치한 한 낡은 철물점에서는 지난 2월 14일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40여 대가 출동했다. 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을 통해 2028년까지 도심 내 주택 약 5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지만, 올해 초 을지면옥 등 노포 보존 논란이 불거지자 갑작스럽게 재개발 전면 보류를 선언했다. 지난달부터 정비구역 해제 절차에 돌입해 연말께 최종 해제 고시할 예정이다.
세운지구 한 주민은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개별 보수는 가능하지만, 노후 주택과 상가들이 워낙 다닥다닥 붙어 있어 어느 한 곳에서라도 작은 불씨가 생기면 큰불로 번질 수 있어 불안에 떨면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집값 자극을 염려해 재건축 인허가 절차를 붙들고 있는 여의도나 강남권의 노후 아파트 단지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은 지 만 48년이 돼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시범아파트는 건물 곳곳에 균열이 심하고 외벽도 군데군데 떨어지는 등 붕괴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제형 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장은 "빠른 재건축만이 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최선의 방법이라고 서울시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주민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2년 넘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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