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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상상·연기’ 맛집이긴 한데‥어딘가 아쉽다(리뷰) [광대들: 풍문조작단①]
입력 2019-08-17 10:01 
‘광대들: 풍문조작단’ 조진웅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화려한 기술과 놀라운 상상력, 보증된 연기파 배우들이 ‘광대들: 풍문조작단에 모였다. 흥행할 수밖에 없는 요소로 가득 찬 영화는 예상치 못한 점에서 아쉬움의 여운을 남긴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이하 ‘광대들 / 감독 김주호)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되어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다.

‘광대들은 세조실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풍문조작단이란 아이디어를 합성해 팩션 사극으로 만들어냈다. 팩션이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로, fact(사실)와 fiction(허구)의 합성어다.

역사, 야사, 상상력이 더해진 만큼 ‘광대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폭과 그림은 넓다. 꽃비가 내리고 문수보살이 현신해 나타나고, 세조의 가마가 지나가자 스스로 가지를 올린 소나무 등 기이한 현상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펼쳐진다. 이를 직접 구현해내는 사람은 광대패인 배우 조진웅, 윤박, 김민석, 고창석, 김슬기다. 그들은 카메라 등 현대적 기술을 사용해 사람들을 가볍게 눈속임한다. 이는 마치 영화를 만드는 듯한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이는 크게 흥미를 유발하지 않는다.

‘광대들 조진웅 윤박 고창석 김슬기 김민석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는 조선시대에 없을 법한 카메라, 스크린, 조명 등 장치에 대해 어디에도 보지 못한 신기한 물건들”이라며 이해를 돕고자 한다. 하지만 대사 한 줄로 마무리 짓기엔 현대적 기술이 많은 분량을 차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완벽한 몰입이 불가능하다. 광대패들은 영화가 전개될수록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이미 몰입도가 떨어져버린 터라 충분한 긴장을 느낄 수 없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영화가 전하려는 진실과 교훈에 있다. ‘광대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는 ‘가짜뉴스를 다룬다는 점에서 깊은 메시지를 갖고 있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분은 광대패를 활용해 부담 없이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극 후반부, 어떠한 준비도 없이 세조 말기 당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 쏟아진다. 이런 역사와 교훈은 잔웃음을 주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고 했던 광대들의 입에서 나온다. 가벼운 태도를 취하던 광대의 깨달음에 관한 전개가 쌓이기도 전에 단순히 영화의 절정을 위해서 쏟아지는 말들은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결국 ‘광대들은 웃음과 교훈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세 마리를 놓친 셈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낮은 몰입도와 평이한 느낌을 주지만 화려한 볼거리, 기술 그리고 연기파 배우들로 인해 가까스로 균형을 맞춰간다. 특히 미흡한 전개를 설득으로 메우는 배우들의 연기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늘 강하게만 그려졌던 세조의 경우, 박희순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그가 앞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병약한 모습과 강인한 모습을 둘 다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한 것처럼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죽지 않은 기백을 가진 세조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하나가 뒤틀리면 또 다른 하나로 채우는 형식인 ‘광대들은 그저 심심할 뿐이다. 오는 21일 개봉.

MBN스타 대중문화부 안윤지 기자 gnpsk13@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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