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형 펀드에 뭉칫돈, 중소형은 `찬밥`…PEF 양극화 심각
입력 2019-08-15 18:33  | 수정 2019-08-15 20:38
◆ 레이더 M ◆
국내 사모펀드(PEF) 자금 모집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성장투자 자금(그로스캐피털)이 소외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설립된 경영참여형 PEF(중도 해산 펀드 제외) 중 펀드레이징(출자약정액) 규모가 3000억원 이상인 대형 PEF들이 전체 약정액 16조3020억원 중 6조8302억원(42%)을 출자받았다. 2017년(30%)과 2016년(31%)에 비해 오히려 대형 펀드에 출자액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PEF업계에서는 연기금 등 국내 주요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대형 펀드에만 출자하면서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형·신생 사모펀드의 경우 펀드레이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국민연금은 소형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출자하는 '스몰리그'를 없앴다. 올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로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에 투자하는 SS&D(Special Situation and Distressed) 펀드 3곳과 중견기업 등에 투자하는 미드캡(Mid-Cap) 4곳 등 총 7개 기관을 선정했다. 지난해 역시 라지캡 운용사 2곳에 각각 4000억원씩 8000억원을 출자했고 그 외 부실채권(NPL) 부문과 벤처 부문에 각각 2000억원과 1200억원을 출자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스몰리그 대신 루키리그를 선정해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했지만 신생 PEF가 아니더라도 교직원공제회에서 출자받지 않았던 곳은 전부 지원이 가능했다.
신생 PEF는 자금 모집이 어렵지만 벤처캐피털(VC)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자금이 넘치는 상황이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VC 운영 조합 수와 금액은 843곳과 24조9911억원으로 2015년 말에 비해 각각 59%와 77% 증가했다.
규모가 큰 펀드는 보통 대기업 그룹사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벤처캐피털은 반대로 스타트업 등 초기 기업 투자에 치중돼 있다. 결국 대형 PEF와 벤처캐피털로 자금이 쏠리면서 소외되는 투자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성장투자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대표적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3000억원짜리 펀드가 1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할 이유가 없다"며 "성장자금을 지원해야 할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연기금 투자 시 투자 성공에 대한 인센티브는 없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은 크기 때문에 발생한다.
해당 IB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출자하는 금융기관의 투자역들은 준공무원에 가깝다"며 "투자를 잘해도 인센티브는 적은 반면 투자에 실패할 경우 페널티가 너무 큰 불균형이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연기금에서 위험도가 높은 소형 펀드에 투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의 경우 부호들이 집안의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세운 개인 운용사(패밀리오피스) 등이 위험도가 높은 투자처에 출자하기도 한다"면서도 "국내 연기금의 경우 운용인력 등의 한계 때문에 트랙레코드를 갖춘 대형 펀드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 시장 역시 부침을 겪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따라 역량이 되지 않는 신생 펀드는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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