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대론 가계대출 막힐라…新예대율 규제에 은행들 초비상
입력 2019-08-15 18:18 
2020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중은행들이 '예대율 맞추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대율이 100%를 넘어가면 은행 영업에 제한을 받는데 새 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대출 가중치를 15% 낮췄다.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일수록 불리한 방식인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쓸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예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내려가고 있지만 은행 예금금리는 상대적으로 덜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예금금리부터 빨리 내리고 대출금리를 천천히 내려 빈축을 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금금리가 시중금리에 비해 천천히 내려가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앞둔 은행들이 예수금을 늘리기 위해 예금금리를 덜 낮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AAA) 월평균 금리는 지난 3월 연 1.91%에서 6월 연 1.6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은이 집계한 국내 시중은행 월평균 정기예금 금리(1년·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2.05%에서 1.9%로 떨어졌다. 은행채 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정기예금 금리는 0.15%포인트 내려가는 선에 그친 것이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고객에게서 예수금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다.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 정기예금 금리도 조정돼 이들 금리는 항상 비슷한 수준을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은행채 금리는 연 2.04%, 정기예금 금리는 연 2.02%로 오히려 정기예금 금리가 은행채 금리보다 더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은행채와 정기예금 금리 차는 지난해 6월 0.01%포인트, 9월 0.06%포인트, 12월 0.19%포인트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올 3월 0.14%포인트로 간극이 소폭 줄었다가 6월에는 0.24%포인트로 다시 확대됐다. 이달 들어 은행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 등으로 연 1.35%까지 하락한 상황이지만 아직 연 1.6%대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들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가 있다. 은행들이 새 기준에 따른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예수금 규모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시중은행 예대율은 신한(97%) KB국민(97.7%) KEB하나(97.3%) 우리(96.9%) 등 모두 100%에 육박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비중은 신한 50.2%, KB국민 55.2%, KEB하나 52.2%, 우리 54.1% 등으로 모두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 상태에서 새로운 예대율 규제가 도입되면 가계대출에 대한 가중치 때문에 주요 시중은행들 예대율이 대부분 100%를 넘어가게 된다.
은행들은 예수금 유치뿐 아니라 커버드본드 발행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새 예대율 규제 산정 시 커버드본드 발행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인정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KB국민, SC제일에 이어 연말까지 커버드본드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발행 규모는 2조원으로 만기 5년물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내부 전산체계 등 시스템 구축에 돌입한 상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새 예대율 규제에 맞춰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10~11월께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예수금이 200조원 안팎인 만큼 예수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인 2조원가량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사가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2014년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도입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장기 고정금리로 제공할 수 있도록 은행들의 자금 조달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커버드본드는 저금리 기조, 비싼 부대비용 때문에 은행채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 5년간 은행들로부터 외면받아 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올해 초 '커버드본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은행들에 발행을 독려했다. 그 일환으로 만기 5년 이상인 커버드본드 잔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으로서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면 분모인 예수금을 늘려 예대율을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부터 1조3000억원, SC제일은행은 6월 5000억원 규모로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예대율 규제 시행에 부담을 느끼는 은행들로서는 커버드본드가 매력적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예대율 : 은행의 건전성 지표로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로 계산한다. 은행들이 예금보다 대출을 더 많이 해 이 비율이 100%를 넘어가면 추가 영업에 제한을 받게 된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