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때린 美정치학자…"日의 과거사 속죄 실패가 세계경제 위협"
입력 2019-08-12 11:32 
그레그 브래진스키 교수. [사진 출처 = 조지워싱턴 대학]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경제갈등 골이 나날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치학자가 사이다처럼 톡 쏘는 '일본 비판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동아시아 역사·미국-동아시아 관계학을 가르치는 그레그 브래진스키 교수(사진)는 '일본이 과거의 죄를 속죄하지 않은 것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라는 글을 워싱턴포스트(WP)에 11일(현지시간) 기고하면서 일본 정치권의 변덕스러운 과거사 대응을 비판했다. 일본 측의 비일관적인 태도가 한국 정치권 기회주의를 자극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날 기고에서 브래진스키 교수는 한국을 향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은 '국가 안보 문제'라면서 제재 이유를 들었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최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이 보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2차 세계 대전 때 일본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잔혹행위를 저질렀다. 일본 사회는 당시 자국 군대가 저지른 일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하면서 특히 일본 정치권의 변덕스러운 과거사 대응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참회하려고 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모습을 보여 문제를 부추겨왔다"면서 "1990년대 이후 그들은 과거사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성명을 수십 번이나 냈지만 그런 성명에 의구심이 들게 했다. 악명 높은 야스쿠니 신사 방문을 하는 식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오사카 = 이충우 기자]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브래진스키 교수는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입장을 문제삼았다. 그는 "현 아베 총리는 전임자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자신의 행정부에서 더 이상은 사과가 나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면서 "일본은 단순히 국익을 추구할 뿐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바람에 젊은 일본인들도 과거사에 대해 사과 할 필요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든 추세는 민족주의를 강화해 지금의 무역 분쟁을 악화시키는 요소"라고 비판했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일본의 한국 제재 탓에 전세계 반도체 메모리칩 가격이 급등했고 장기적으로 세계 반도체 기술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과거사로 인한 분쟁이 일본과 한국을 경제 전쟁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면서 "수십 년 동안 두 나라는 일본이 식민지 과거를 어떻게 속죄해야 하는지에 관해 의견이 달랐다. 과거사를 청산하지 못한 것은 동아시아를 넘어서는 경제적 반향을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결과적으로 지금의 한·일 갈등은 일본의 변덕스러운 과거사 대응과 1945년 당시 미국의 빠른 화해 압력, 한국의 민주주의 이행과정 상 불확실성이 뒤섞인 결과물이라고 봤다. 그는 "1945년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점령했을 때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 막기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한·일 역사적 분쟁을 빠르게 마무리하도록 압박했으며 그 결과물이 1965년 한·일 관계 정상화와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이었지만 불충분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기회주의적인 한국의 지도자들(Opportunistic ROK leaders)은 지지도와 관련해 어려움이 있을 때 일본을 공격하는 것이 편하다는 점을 발견했다"면서 "역사적 분노를 동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쓸모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비일관적인 과거사 대응이 한국의 기회주의 정치인들로 하여금 분노를 동원한 인기 몰이 발판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한국과 일본 간 분쟁이 해결되더라도 일본이 이웃 나라들과 화해를 위해 일관되고 폭넓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시아는 항상 또다른 경제·군사적 위기에 놓은 불안한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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