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수익성 우려 불식…기지개 켠 콘텐츠株
입력 2019-08-09 17:29 
올해 들어 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콘텐츠 종목이 다시 뛸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안정적인 2분기 실적이 시장 우려를 줄이는 모양새다. 향후 넷플릭스 등 인터넷 TV 서비스(OTT·Over the Top) 사업자 경쟁이 심해지면 콘텐츠 역량을 갖춘 기업들 몸값이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36%, 2.55% 오른 16만4100원과 6만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실적이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제이콘텐트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9% 떨어진 3만8150원을 기록했다.
연초만 해도 올해 주식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업종으로 콘텐츠가 거론됐다. 뛰어난 성장성을 갖고 있는 데다 전통 제조업 위주로 구성된 국내 주식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주가 흐름은 좋지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8일 종가 대비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주가는 각각 28%, 34.5%, 31.8% 떨어졌다. 불과 5개월 만에 주가가 30% 넘게 빠진 셈이다.
지난달 1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에이스토리 주가 역시 공모가인 1만4300원에 비해 30% 넘게 떨어진 94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에이스토리는 시그널 시즌1과 킹덤 시즌1을 제작하며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텐트폴'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꼽힌다. 대작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면 제작사는 수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향후 작품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투자자들 역시 대작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기업에 보다 많은 신뢰를 준다.

콘텐츠주 주가 하락은 역대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아스달연대기'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본격화됐다. 들인 비용에 비해 성과가 저조하게 나타나며 제작사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양호하게 나타나며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지난 8일 CJ ENM은 올 2분기 영업이익 96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3%, 96.7% 오른 108억원, 163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불식됐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낮은 시청률로 광고 단가가 줄어들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스튜디오드래곤 주가가 하락했다"며 "향후 세트장 비용을 모두 반영했음에도 방영권료와 넷플릭스 선판매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이미 달성했다. 오해를 풀고 반등 계기로 삼을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CJ ENM의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주요 콘텐츠 라인업 흥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이콘텐트리는 영화가 실적을 견인했으나 방송 부문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방송 부문에서도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흥행 기대감이 높은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 텐트폴 작품의 넷플릭스 선판매 역시 꾸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OTT 시장 변화 역시 콘텐츠주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OTT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독점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기업이 콘텐츠 제작사에 비해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디즈니와 애플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이들 기업의 플랫폼이 본격화한다면 양질의 콘텐츠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콘텐츠 기업들 몸값이 더욱 뛰어오를 수 있는 요인이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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