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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터질듯 말듯 아쉬운 ‘암전’
입력 2019-08-09 07:2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신선한 출발, 그러나 아쉬운 맺음새다. 공포 그 자체 보단 짜임새에 초점을 맞춘 시도는 좋았지만 중반부 이후 과도하게 진지해져 끝내 정체성이 흔들리고 만, 공포물의 과한 변신 ‘암전이다.
영화는 8년째 공포 영화를 준비하던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은 어느 날 후배로부터 지나친 잔혹함으로 인해 상영이 금지된 영화에 대해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공포 마니아 김진원 감독의 상업 데뷔작이다.
가장 무서운 공포물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두 영화 감독의 비틀린 열망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공포물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관념을 깨고 스토리의 내실에 공을 들였다.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한 장치들을 최소화한 채 꿈을 이루고자 하는 주인공의 광기와 집착을 주축으로 예측불허의 서스펜스, 그리고 색다른 스릴을 입혔다.
미정은 괴소문에 휩싸인 상영 금지된 영화의 실체를 추적하던 중 해당 영화의 감독인 재현(진선규)를 만나게 되지만 그는 이미 폐인이 된 상태. 영화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해주지 않은 채 ‘그 영화는 잊어, 죽음보다 끔직한 인생 살기 싫으면이라는 경고만 남긴 채 사라진다.

열망이 커질수록 더 집착하게 된 미정은 결국 경고를 무시한 채 영화의 원본을 손에 넣게 되고 이때부터 영문을 알 수 없는 끔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암전은 초중반부까지 주인공의 강렬하고도 극적인 여정을 맛깔스럽게 그려내며 스릴감을 높인다. 역시나 완성도 있는 개연성 덕분이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 그 실체가 벗겨지면서부터 영화는 급속도로 힘이 빠져버린다.
‘충분히 그럴만한 주인공의 행동,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 급속도로 난해해지기 때문이다. 미스터리한 존재, 괴기스러운 소문, 섬뜩한 공포와 마주하는 클라이막스를 넘어서면서 영화는 급작스럽게 기존의 공포물의 전개를 답습하기 시작하고 이 불협화음 속에서 공포지수는 급락한다. 촘촘했던 전개는 어쩐지 점차 산으로 가는 느낌을 주기도.
서스펜스와 현실 공감의 적절한 배합으로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에는 공포물이라는 그릇에 다소 맞지 않는 치우침으로 스릴감을 산화시킨다. 특히 회심의 한 방을 노린 결말은 정성스레 쌓아온 초중반부의 매력을 급선회시키며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영화의 아쉬운 부분을 상당 부분 상쇄시키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이미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진선규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얼굴을 자연스럽고도 몰입도 있게 표현해내는 한편, 서예지는 가히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 속 영화라는 독특한 구성과 세밀하게 신경 쓴 스토리 라인, 여기에 효율성 높은 공포를 입혀 똑똑하게 연출했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장르적 쾌감을 제대로 선사하진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터질 듯 말듯 끝내 터지지 못한, 변신도 진화도 좋지만 정체성이 흔들려 더 낯선, ‘암전이다.
영화의 제작비는 40억을 드린 ‘곤지암 보다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 등 해외에 이미 선 판매 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알찬 흥행 질주는 기대할만 하다. 8월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86분.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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