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시, 日처럼 세제개혁해 투자매력 높여야
입력 2019-08-08 18:00  | 수정 2019-08-08 23:33
◆ 日 극복 액션플랜 ④ / 외풍에 꿋꿋한 증시 되려면 ◆
일본이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한 7월 4일부터 8월 7일까지 코스피는 8.8% 하락했다.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반도체 업계가 일본 수출규제의 직접적 타깃이 되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과 외국인투자자들이 대거 한국주식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공적연금 GPIF를 비롯한 일본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는 규모가 12조~13조원이라 한일 갈등이 격화되면 추가적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처럼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심한 업종 비중이 큰 상황에서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금융세제가 국내주식 투자를 오히려 막는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선진국에선 거의 폐지된 거래세나 배당소득에 대한 누진과세가 한국주식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개인과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선 투자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세제가 개혁돼야 한국이 일본과 어깨를 견줄 만한 금융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실이 나도 내야 하는 0.25%의 거래세는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처음부터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같은 이머징 국가로 분류되는 중국이나 홍콩은 0.1% 수준으로 세율이 낮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일본보다 못한 자본시장 쪽 세금과 규제를 가지고 일본을 넘어서는 금융강국이 되기는 힘들다"며 "일본이 과거 거래세를 없애는 과감한 세제개혁을 한 것처럼 우리도 전면적인 세제개혁을 통해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해 최고 46.2%의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도 우리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다. 대주주가 세금 부담 때문에 배당을 확대하지 않기 때문에 배당수익률 자체가 낮게 되고 이는 결국 주식에 장기투자하려는 요인을 없앤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꾸준히 들어오는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면 주식을 성급히 팔아치울 이유가 없는데 '짠물 배당'인 한국주식을 시장 상황까지 안 좋으면 굳이 오래 들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배당 세금에 대한 부담으로 회사나 주주들은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차라리 사내 유보하고 주가 상승만을 바라게 된다"며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나 일본은 모두 배당소득을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로 해서 세부담을 줄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비슷하면서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높은 대만은 배당에 대한 세제가 증시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4배인데 대만은 1.7배로 두 배 이상이다. 대만은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택할 수 있어 배당수익률이나 배당성향이 한국의 두 배 수준으로 높다.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도 금융과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장 교수는 "제조업 강화와 소재 국산화가 주요 과제로 떠오른 이 시기에 자본시장 규제 개혁이 있어야 앞으로도 중소·중견기업으로 자금이 공급돼 산업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