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앤장 변호사 "강제징용 사건, 양승태 여러번 만나 보고"
입력 2019-08-08 16:59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소송에서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여러 차례 재상고심 진행 상황을 알려준 사실이 확인됐다.
강제징용 사건에서 김앤장 송무팀을 이끈 한상호 변호사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답했다.
한 변호사와 함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홍주 전 주미대사 등이 당시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일본 기업의 승소를 위해 정부와 대법원 고위층의 의사를 두루 파악했다.
한 변호사는 또 오랜 친분이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사적으로 여러 차례 만나 환담을 했고, 이 과정에서 강제징용 소송의 진행 상황도 언급했다고 했다.

지난 2013년 3월에 만난 자리에서 강제징용 사건 상고심의 주심이던 김능환 전 대법관의 근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이 "중요한 사안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지 않고) 그냥 소부에서 선고했다"며 불만스러워했다고 말했다.
한일관계에 큰 영향을 줄 사안에 대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 적정한 결론이었는지를 두고도 의문을 표시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한 변호사는 시인하는 취지로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한 변호사의 메모에는 '대법원과 커뮤니케이션 문제 없나. 혼네(本音·본심)로 문제없다.'는 대목이 등장했다. 이는 유 전 장관이 지난 2015년 11월 11일 조태열 당시 외교부 제2차관과 만난 후 파악한 동향을 한 변호사가 전화통화를 통해 들으며 정리한 내용이다.
재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했고, 여기서 대법관들을 설득하려면 외교부의 의견서가 필요한데 전범기업 측 대리인인 김앤장에서 의견서 제출을 요청해 달라고 임 전 차장이 요청했다고 한 변호사는 밝혔다.
전화통화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나 "외교부가 소극적이라 걱정"이라는 말을 했고,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 변호사는 진술했다.
한 변호사는 외교부 의견서를 정식으로 요청한 지난 2016년 10월 이후에도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나 그 사실을 알려줬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번에는 외교부가 잘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씀을 드리자, 양 전 대법원장도 '그렇지 않겠냐'는 답을 줬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김앤장에서 파악한 내용을 고객인 일본 전범기업과 공유하며 논의한 정황에 대해서도 질문하려 했으나, 한 변호사는 업무상 기밀이라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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