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①]곰PD와 윤이모…KBS 라디오 PD는 왜 유튜브를 시작했나
입력 2019-08-08 16:4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양소영 기자]
<유튜브 혹은 어딘가에서 ‘주간 윤이모라는 이름을 들어봤는가. 만약 이미 ‘주간 윤이모 추천 컴필레이션을 즐겨찾거나 점심·저녁 라이브 방송 알람을 해놓고 생방송으로 챙겨보고 있다면? 당신은 120% 음악 힙스터다.>
KBS 라디오 PD들이 유튜브의 문을 두드렸다. ‘곰PD 이충언 PD와 ‘윤이모 윤성현 PD가 유튜브 ‘주간 윤이모 채널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유튜브에 영상을 게재, 콘셉트에 맞춰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하거나 라이브 방송으로 청취자와 소통하고 있다.
공영방송 KBS 소속 공채 PD들이 라디오 아닌 이 시대의 새로운 전파상 ‘유튜브를 시작한 건 미디어 환경의 변화 흐름에 따른, 남들보다 몇 발 앞선 행보다.
파업을 길게 하는 동안, 시간이 남아서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영감을 얻었어요. 내가 깨고 나오지 않으면 라디오에 갇혀버리겠다 싶었죠. 컴퓨터를 사고 책도 사고 유튜브 강의도 보면서 하고 있어요.”(이충언 PD)
TV 시대를 넘어 미디어 다변화 시대 속, 라디오 역시 고군분투 하고 있고 여전히 라디오의 아날로그 감성을 소구하는 청취자가 있지만, 하향세를 부인할 수 없는 라디오의 현실 속 떠나간 젊은 청취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작아진 온실을 스스로 박차고 나온 셈이다.
이충언 PD는 TV로 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잘 할 수 있는 게 다르다. 라디오에 오랜 시간 몸담아서 소리와 이야기, ASMR은 저희가 잘 만들 거다. 그걸 라디오가 아닌 다른 매체에서 풀어보고 싶었다”며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라디오를 잘 안 들어요. 그래서 유튜브에서 해보고 싶은 거예요. 지금은 TV적인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구독자가 많아지면 라디오적인 뭔가를 해보려고 해요. 우선은 구독자를 늘리는 게 숙제가 되겠죠.(웃음) 기존의 유튜버 크리에이터들도 있지만,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이충언 PD는 윤성현 PD에게 손을 내밀었고, 뜻을 모은 두 사람은 ‘주간 윤이모 제작에 들어갔다.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과 왜 하냐고 묻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로 의견을 나누며, 빠르고 가볍게 만들고 있다. 두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또 다른 젊은 라디오 PD들도 참여, 콘텐츠를 늘려가며 ‘주간 윤이모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들고 있다.
이들이 많은 플랫폼 중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는 (유튜브가) 음악이 유통되는 가장 큰 창고”이기 때문이다. 윤성현 PD는 유튜브에는 무수히 많은 음악이 있다. 용돈 만 원이 아쉬운, 청소년들이 광고 보는 걸 감수하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창고다. 점점 음악을 유튜브로 듣는 게 당연해지고 있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다른 곳에 없는 음원이 유튜브에 있다”며 저도 유튜브에서 음악을 듣는다. 그래서 이곳에서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필연적인 저작권 문제 해결이 수월한 점도 유튜브의 큰 장점이다. 그는 유튜브는 저작권 문제도 잘 정리되어 있더라. 라디오 방송은 저작권 문제로 다시 듣기를 올릴 때 음악 콘텐츠를 빼고 올리는데 유튜브는 그걸 기술적으로 해결했다. 업로드와 동시에 저작권자와 업로더가 알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주간 윤이모는 매주 1개씩의 콘텐츠를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아직 큰 성과가 있다고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구독자도 조금씩 늘고 있다. 현재 1800여 명의 구독자가 ‘주간 윤이모와 함께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을 하면 실제로 몇 분 안 오세요. 그동안 청취자 한 분의 소중함을 말로만 했다면, 지금은 한분 한분이 진짜 소중하죠. 라디오 청취율은 사실 추상적인 부분이 있어요. 국민 중에서 몇 분이 듣고 있는지 모르죠. 그런데 유튜브는 숫자로 확인되니까. 그 한 분의 의미가 소중해요.”(윤성현 PD)
그는 적은 숫자라 부끄럽고 속상하다는 게 아니라 한 분 한 분 꾸준히 늘어가는 것에 감사하고, 반응이 오고 그런 것에서 겸손함을 갖게 되고 즐겁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독자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며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들려고 한다. 콘텐츠가 쌓이는 건 의미 있다. 차곡차곡 쌓이는 게 중요하다. 어떤 사람에게 가서 닿을지 모르지만, 유튜브의 재미를 찾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주간 윤이모는 ‘KBS에서 못 듣는 금지곡들을 소개하거나, ‘미세먼지 심한 날 청량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음악들을 추천하고, 라이브 방송으로 구독자와 소통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휴대전화 하나 들고 나가서 할 수도 있어요. 밖에 나가서 뮤지션을 찾아가서 대담을 나눌 수도 있죠. 혼자 하는 것 말고 다양하게 생각 중이에요. 구독자들도 점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방송 금지곡을 해달라고 하고, 시티팝을 소개해달라고 하죠. 그런 다양한 의견을 내줘서 ‘주간 윤이모를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입니다.”(이충언 PD)
구독자와 소통하는 재미는, 어쩌면 두 사람이 ‘주간 윤이모를 이끌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가능성이 무한한 유튜브라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지만, 이들은 라디오를 사랑한 라디오 PD 고유의 정서를 유지하며 소통을 꿈꾸고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skyb1842@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