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후임 행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7일 서울 모처에서 행장 후보 선임을 위한 첫 회의를 가졌다.
케이뱅크 초대 행장을 맡아온 심성훈 행장의 임기는 다음달 23일까지다. 임추위는 몇 차례 회의를 거쳐 심 행장을 포함한 차기 행장 후보군 롱리스트 중 자격 요건을 검토해 숏리스트를 추린다. 최종 후보자는 내달 초·중순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심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주목한다. 다만 케이뱅크가 정상 영업에 차질을 빚으며 2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에도 크게 뒤처진 상황이라 전망이 밝지는 않다.
케이뱅크는 출범 후 여러 차례 유상증자가 불발되면서 현재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증자 실패는 은산분리 규제 같은 대외적인 요인 탓도 있었지만, 주주단 내부에선 케이뱅크가 차별화된 사업 계획과 견실한 재무구조를 구축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KT 출신이 경영을 주도할 것이 아니라 은행업과 핀테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주사 관계자도 "은행으로서 현실적인 수익성·건전성 목표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존 주주사마저 추가 자본투입을 꺼리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케이뱅크가 추진 중인 대규모 증자 계획의 성사 여부도 행장 선임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요 주주 KT의 담합 혐의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잠정 중단된 후, 기존 주주 중 금융주력자인 우리은행 또는 DGB캐피탈 중심의 증자 방안이 검토된 바 있다. 다만 주주사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기간 내 증자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만약 케이뱅크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으로 떨어져 당국이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하면 협약상 주주사들이 의무적으로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면서도 "그 상황까지 갈 경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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