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두는 지난해 3월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표면화될 때부터 중국의 핵심 카드로 고려됐다. 미국산 대두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중국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피해로 상황이 바뀌었다. 자연적인 대두 수요 감소가 나타나 중국의 대미 무역협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한 대응카드로 미국산 대두를 전면에 제시하고 있다.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일부로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하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특히 대두 구매 중단을 발표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중국이 미국산 대두의 구매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국제원자재 전문분석기관인 코리아PDS는 대두 소비량의 약 85% 이상을 수입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 없이 2020년 재선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7일 분석했다. 최은지 코리아PDS 책임연구원은 "2018~19 시즌 남미지역의 대두 수확이 완료된 가운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대두 만으로도 올 하반기 중국의 대두 수요를 대부분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그러면서 "특히 2019~20 시즌 남미지역의 대두 파종 면적을 확대하고 대두 생장이 이뤄질 경우, 중국은 2020~21 시즌에도 미국의 대두 수확 도래 이전까지 미국산 대두 없이 버텨낼 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말로 종료된 2018~19 시즌 미국 대두 누적 수출량은 지난 시즌 대비 약 2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산을 배제하고 브라질산 대두 수입에 치중했던 것을 다시 원 위치로 돌려놓고, 1년간 중국 정부 비축분을 경매 판매한 상당량을 미국산 대두로 재확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연구원은 "미국 농가들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트럼프 정부의 입장에서는 내년도 미국 대두 수확이 본격화 되기 이전에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적극적인 구매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은 양국간의 아킬레스건인 중국의 미국산 대두수입 금지와,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까지 건드린 상황에서 단기간에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계속해서 중단한다면, 미국산 대두 가격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중국 외 국가들은 저렴한 미국산 대두를 공급받게 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 농가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코리아PDS는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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