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편의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맹본사 정책에 따라 '1만원에 4캔' 행사에서 일본산 맥주를 제외한 탓에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다. 특히 주류는 반품이 불가해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시 손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가 떠안아야할 실정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 5개 업체는 이달부터 캔맥주 행사에서 아사히와 삿포로 등 일본산 맥주를 제외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양국관계가 틀어지자 소비자들이 단체 일본 불매운동을 시작한 데 따른 결정이다.
이 때문에 아사히와 삿포로 등 일본 맥주는 편의점에서 500㎖ 기준 할인가보다 최소 500원 더 비싼 3000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문제는 캔맥주 재고다. 소비자 불매운동에 편의점 본사들이 일본산 맥주를 행사에서 제외하면서 판매량이 더욱 감소했고, 재고는 그대로 편의점 창고에 쌓이게 됐다. 서울 명동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평소 인근 호텔에서 캔맥주가 잘 팔려 아사히만 4~5박스를 받아놨는 데 갑자기 불매운동이 일면서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주류와 담배는 대부분 반품 불가 상품이다. 편의점 가맹본사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만일 불매운동을 이유로 제조사 측에 아사히 등 캔맥주 반품을 요청할 시에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부당 반품으로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주류는 시즌상품과 시장 테스트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 하자가 아니면 반품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일부 편의점주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낮춰서 일본산 맥주를 판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24 여름 `세트 발주` 설명표.
보통 캔맥주 유통기한은 1년으로, 이를 넘길 시에는 제조사 측에서 교환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불매운동 사태로 전국에 쌓인 캔맥주 재고를 모두 교환해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이에 일부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캔맥주 반품을 받아줘야한다고 주장한다. 8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가맹본사가 캔맥주 대규모 발주를 독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24는 지난달 가맹점을 대상으로 '주류 12종+음료 16종+아이스크림 3종' 등 여름에 잘 팔리는 상품을 대상으로 세트 발주를 실시한 바 있다. 한 이마트24 가맹점주는 "본사에서 계속 장려하길래 세트발주를 실시한 것"이라며 "물건을 팔 땐 언제고 뒷일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아직 맥주 행사에서 일본산 제품을 제외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재고가 많이 쌓이진 않았다"며 "앞으로 계속 추이를 살펴보고 재고 소진 방법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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