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암 유발 가능성이 높아 회수 조치된 미국 엘러간사의 유방 보형물 국내 수입물량이 기존에 알려진 2만9000여 개가 아닌 총 11만7787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최도자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한국엘러간사의 회수계획서'에 따르면 회수 대상인 엘러간사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의 수입량은 30개 모델 11만7787개로 현재 재고로 파악된 3294개를 제외한 대부분인 11만4493개가 시중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식약처는 엘러간의 유방 보형물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일선 의료기관에 유통된 이 회사 제품이 총 2만9000여 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엘러간사 제품을 포함해 국내에 유통된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 수는 2007년 처음 시판 허가된 후 지난해까지 6개 회사에서 만든 총 21만3000여 개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유방암 등으로 가슴을 절제한 뒤 재건수술을 받은 사람 중 최근 회수된 엘러간사 제품을 사용한 환자는 5763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게서 제출받은 환자 현황 자료에 따른 것이다.
이 자료에 의하면 2015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보형물을 이용해 유방재건 수술을 한 사람 1만3336명 중 문제의 엘러간사 제품을 이식한 환자는 5763명이었다. 이 제품을 사용한 환자 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1084명, 2016년 1492명, 2017년 1313명, 2018년 1413명으로 꾸준히 1000명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6월까지 461명이 이 제품을 사용했다.
유방암을 치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들은 보형물에 의한 희귀암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엘러간사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은 다른 제조사 제품에 비해 유방 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발병 확률이 6배가량 높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FDA에 따르면 이 림프종은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암으로 발병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병될 경우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기준 림프종 환자는 미국 152명, 호주 82명, 프랑스 59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10여 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심평원을 통해 확인된 이식환자 5763명은 의료기록 확인 등으로 역학조사가 가능한 상황인 만큼 이들에 대한 추가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최 의원은 "현재 식약처가 환자들에 대한 정보 파악과 피해보상 방안을 수입판매사가 작성·제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해당 회사 정보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식약처가 직접 가용한 정보를 동원해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문제의 제품이 시중에 대량 유통된 만큼 빠른 시일 안에 회수하고 시술받은 이에 대한 검진과 제거수술 등도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이날 인공유방 이식환자에 대한 안전성 정보를 각 의료기관에 제공했다. 인공유방을 이식한 환자는 ▲증상이 없을 경우 예방 차원의 제거는 권고하지 않고 ▲가슴이 커지거나 덩어리가 생기는 등 림프종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신속하게 검사해야 한다.
아울러 식약처는 인공유방의 부작용 조사를 위한 환자 등록 연구를 이달 말부터 실시할 예정입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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