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보좌관이 한국 여야 중진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매춘 관광국"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의원들은 이에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은 지난 1일 방일 의원단과의 만찬 자리에 참석해 "나는 올해 71세인데 한국에 한번 가봤다"며 "과거 일본에선 한국을 매춘 관광으로 찾았다고 하는데 나는 하기 싫어서 잘 가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는 가메이 시즈카 전 금융담당 특명장관(지난 2017년 정계은퇴)이 방일 의원들을 위해 주선한 자리였고 에토 보좌관은 초대받은 이 중 한명이었다.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장관과 가와무라 타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도 참석한 자리였다.
에토 보좌관은 또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조사과정에 참여했지만 불법적인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에 방일 의원들은 물론 자리를 마련한 가메이 전 금융담당상도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메이 전 장관은 에토 보좌관의 발언에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발언에 대해 "한국은 엄연히 다른 역사인식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쪽에서는 지적을 안할 수가 없었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도 말했다"며 "아베 총리 주변에 지한파 이런 분들이 현재처럼 움직이는 이유가 9월 아베 총리의 내각인사의 큰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에토 보좌관은 보니 좌충우돌하는 성격이긴 했다. 다만, 자기가 보기에도 지나치다 싶었는지 각 테이블을 돌면서 사과를 하면서 '나의 할머니가 한국계'라고 말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일종의 해프닝이었지만, 에토 보좌관이 오랫동안 우익활동을 해온 것을 미루어볼 때 아베 총리의 주변인사들의 공통된 인식으로 보인다. 자민당 소속 참의원인 에토 보좌관은 헌법 9조 개헌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주장해왔다. 또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의원 모임'에도 이름을 올리며 "총리 및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도 했었다. 1997년 자민당 내 우파 모임인 '일본의 앞날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우익편향된 시각을 보여왔다. 이 모임은 위안부에 대해 일본 정부나 군이 공식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한다. 아베 총리는 이 모임 초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김영춘 의원은 통화에서 "김부겸 의원이 점잖게 항의했다"며 "아베 총리 주변 강경파의 분위기를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 윤지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